反孫세력 대거 불참ㆍ이해찬 전격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이 우여곡절 끝에 10일 '손학규호'를 출범시켰다.하지만 경선을 주장했던 당내 '반손(反孫) 그룹'이 이날 중앙위 회의에 대거 불참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당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당장 이해찬 전 총리가 이날 탈당한 것을 비롯해 충청권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이 탈당을 고심하고 있는 데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내홍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쪽 대표'로 출발=회의에는 전체 중앙위원 514명 가운데 306명이 참석했다.교황 선출 방식을 채택한 이날 회의에서 손 전 지사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의 득표를 얻어 대표로 확정됐다.손 전 지사에 반대하는 그룹이 회의에 대거 불참한 데 따른 결과다.

문병호 최재천 의원 등 쇄신파 초선그룹 15명은 '대표 선출 연기'를 주장하며 집단 보이콧했다.손 전 지사에게 거부감을 보여온 일부 친노그룹과 경선을 주장했던 정대철 고문,김한길 천정배 염동연 의원,추미애 전 의원,시민사회 출신 중앙위원 일부 등도 "중앙위 회의는 사실상 수도권 386그룹을 중심으로 손 전 지사를 추대하기 위한 요식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민주적 리더십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저를 지지해주신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개혁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온 몸을 바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강도 높은 당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해찬 전 총리 탈당=이 전 총리는 손 전 지사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전격 탈당했다.이 전 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신당을 떠나는 이유는 손학규 개인이 대표가 됐기 때문이 아니고 신한국당이나 한나라당의 정치적 지향이 결코 제가 추구할 수 있는 정치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야 주요 정당의 대표를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 맡게 된 정치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그로 인해 민주화 이후 저희들을 일관되게 지지해주셨던 분들이 느낄 혼란과 허탈감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면서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신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어떠한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친노그룹의 대표격인 이 전 총리가 탈당함에 따라 친노 성향 의원들의 후속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은 "유시민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고,김형주 이화영 의원 등도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고심 중"이라며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한명숙 전 총리도 총선에 불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학규 체제 순항할까=신당이 4월 총선의 간판으로 손 대표를 선택한 것은 그가 참여정부 실정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수도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대선 참패의 주요 원인이 광범위한 '반(反)노무현 정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총선에서 호남지역당으로의 전락을 막기 위해선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역임한 손 대표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문제는 손 대표가 17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같은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는 것.당내에서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그의 색깔이 중도보수 성향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 대표 역시 당 대표가 달갑지만은 않다.총선까지의 한시 대표인 데다 당권과 공천권도 분리하도록 돼 있어 당을 장악할 뾰족한 수단도 없는 상태다.권한을 행사할 시간이 얼마 없는 데다 총선 성적이 부진할 경우 책임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만큼 '축배'가 아니라 '독배'가 될 수 있어서다.

◆손 대표 누구인가=재야 운동권과 학계를 거쳐 국회의원 3선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정계 입문 14년 동안 민자당과 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진 보수 정당에서 소장 개혁파의 선두주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탈당,범여권에 합류했다.△경기 시흥(61)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인하대ㆍ서강대 교수 △14∼16대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