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800선 지지에 대한 신뢰를 키웠다.

9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794까지 밀렸으나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거뜬히 1800선을 회복했다.

전일 미국 나스닥지수가 2.36%나 급락한 데다 외국인의 공격적 매물을 이겨낸 반등장이어서 의미는 더욱 크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반적으로 1800선 아래서는 '싸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증시가 경착륙으로 접어들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 1800선이 무너져도 회복되는 데는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다 긴 조정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조차 1800선 아래서는 분할 매수할 만하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편이다.


◆수렁에서 벗어난 코스피지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기술적으로 작년 8월과 11월 저점을 이은 선과 11월과 12월 고점을 이은 선이 만나는 지수대(삼각수렴)로 1808선의 지지 여부에 따라 중기 추세가 결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중요한 변곡점에서 지지에 성공해 기술적 반등 국면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지수는 경기선인 200일 이동평균선(1795)을 지켜내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200일선의 붕괴는 미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국내 경기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 선이 무너지면 조정의 폭과 기간이 길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지수를 끌어올린 주체는 개인과 기관투자가였다.

기관은 이날도 1223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를 기록하며 8일째 비차익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장중 미 나스닥선물이 반등에 성공하자 이달 말 열릴 예정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기습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더해져 투자심리를 북돋웠다.

◆1800선 지지 기대감 높아져

서 상무는 "미국을 제외한 이머징마켓 경기가 잘 버텨주면서 미 경기 불안만 가지고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며 "1800선 지지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1분기 저점을 1800선으로 제시한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도 "중국이나 인도 경제는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국내 증시는 작년보다 미 증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 국내 기업 이익의 두 자릿수 성장과 지속되는 시중자금의 펀드 유입도 1800선 지지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상무는 "중국이 10%대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미국 경기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 경기 침체 우려감이 높은 1분기는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지수 1800선 아래는 올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아래로 떨어져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장 사장은 조정 기간이 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날 상승은 하락 국면 내 기술적 반등"이라며 "미 증시는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이미 추세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1700선대 초반까지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얼마나 싸게 사느냐의 게임"이라며 "1800선 아래서는 분할 매수가 유효하다"고 전했다.

관심을 가질 업종은 시장 전망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김 부사장이나 서 상무는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 등을 꼽은 반면 장 사장은 경기방어적인 내수 관련주나 금융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