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음료업체들이 원자재가격 급등을 이유로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대형마트와 해당 업체들 간에 최종 판매가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물밑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과 7일 와플과 드림파이 출고가를 800원에서 1000원,2800원에서 3000원으로 200원씩 인상한 롯데제과는 즉각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 오른 가격으로 제품을 출고,판매를 시작했다.해태제과도 이달 중 땅콩그래와 러브러브 등 5개 품목 출고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편의점 등과 달리 해당업체들에 '별도의 협상을 마치기까지는' 출고가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기존 가격으로 납품받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식음료업체들이 출고가를 올렸더라도 원가구조 등을 감안해 납품가격 조정 여부에 대해 별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령 납품가 인상을 수용하더라도 등록 코드 발부 등의 절차가 필요하고,인상 전 출고된 재고물량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마트 매장에서 인상된 가격에 판매를 시작하기까지는 3주에서 한 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대형마트들은 일부 식음료업체들이 원가 상승 요인을 과도하게 산정,'편승 인상'에 나서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말 롯데제과로부터 초코파이 몽쉘통통 등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품목 리스트를 받았고,오리온으로부터도 다이제(비스킷) 등 10여개 제품의 가격 인상 관련 공문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들 업체의 인상 요구를 전면 수용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산빵 업체 샤니도 설 전에 가격 인상을 요구해왔으며,한 요구르트 업체도 10%의 가격 인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도 롯데제과 및 오리온과 가격 협상을 다음 주부터 논의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콩 원재료값 상승에 따라 두유 제조업체에서 2월 중 10%가량 인상을 요청해와 세부적인 인상폭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대형마트들은 밀가루 같은 원자재는 가격 인상 요인이 분명하지만 빵 라면 과자류 같은 2차 생산품은 원가 절감 요인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원가 상승분에 판매관리비가 포함됐는지 따져보고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다.

물병 락앤락 같은 사은품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도록 독려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이영수 이마트 가공식품 담당 상무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은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겠지만 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생산업체와 공동 기획으로 생산하고 자사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L 혹은 PB) 상품의 가격 인상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PL 제품 3600여가지를 출시한 이마트는 아직까지 판매 가격을 올린 제품이 없다.

해태음료가 제조하는 봉평샘물의 경우 지난해 10월 원가 부담이 크다는 회사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원가비를 높여줬으나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판매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가 상승분을 이마트가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2월 이후에 가격이 인상된 PB 제품이 없는 상태다.

앞으로 라면가격이 인상될 예정이지만 시기는 미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상품이 많은 만큼 제조업체와 협의를 통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김진수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