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보고 1차 결산] '현실의 벽' 앞에서 속도조절하는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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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넜으니 뗏목은 버리는 것일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일부터 일주일 동안 각 정부부처의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잇따라 수정하고 나섰다.
일부는 정책 방향을 틀어 잡았고 시장 불안이나 일부 계층의 반발을 고려해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도 여럿 나왔다.
◆부동산세 1년간 손 안댄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는 지금의 제도로 1년 정도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손질할 계획"이라며 "당장 세금이 인하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에 대해서도 "규제완화와 용적률 조정은 시장 안정이 담보되고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가 완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이후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재경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의 인수위 업무보고를 거쳐오는 동안 정책 기조가 '선 가격안정-후 규제완화'로 뚜렷하게 정리된 것이다.
경제성장률 목표도 '매년 7%'가 아니라 '연평균 7%'를 달성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6%로 낮춰 잡았다.
재경부가 '4%대 후반'이라는 기존 전망에서 단 한 글자도 고치지 않은 보고서를 제출한 데다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등 대외 여건이 점점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민영화 문제도 뚜껑을 열어 보니 당장 하는 것이 아니라 5~7년의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안이 나왔다.
재경부가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강조한 것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방안도 당초 계획과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원래 한나라당은 두 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 등 이원화된 연금체계로 통합한 후 기초연금액을 현재보다 두 배 수준으로 올려준다는 방안을 주장해왔지만 최근 약간의 계수조정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을 그렇게 많이 높여주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고 이럴 경우 엄청난 반발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요금 인하 문제는 정통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인수위가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인수위는 당초 이명박 당선인 취임 전 요금을 20% 인하하겠다고 수치까지 제시했지만 특정 할인폭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통신사의 요금에 개입하는 것이 자칫 시장원리를 강조한 당선인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슬그머니 '20%'라는 꼬리표를 떼고 '요금체계 조정'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본고사 부활 신중론 고개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본고사 부활과 관련된 속도조절이 가장 눈에 띈다.
인수위는 교육부의 업무보고 이후 참여정부의 대입규제 정책인 '3불 정책(대입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 중 본고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여 논란을 예고했다.
인수위는 대입 자율권을 대학에 돌려준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새 정부 교육정책의 종착지는 본고사 폐지"(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라는 입장을 표명해 대학들을 놀라게 했다.
차기정부에서도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에 행정.재정적 규제를 가할 것이란 얘기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특검제 상설화'도 도입여부가 불투명하다.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인수위는 국회가 수사 대상을 정해 매번 입법 절차를 거치는 현행 제도 대신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 특검을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보고에서 "헌법상 권력분립 및 평등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므로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인수위 측도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정부조직 개편 또한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인수위 내부의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통일부의 경우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외교통상부에 통합하는 방안에 힘이 실렸으나 최근 며칠 새 존치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지금도 "포용정책 추진과정에 통일부의 조직과 기능이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박진 외교통일분과 간사)이라는 주장과 "몸에 좋다고 다이어트만 할 수는 없다.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하고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한다"(이 대변인)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수위 취재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