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강 < 美 다트머스대 교수·정치학 >

2007년은 북한 핵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낙관론이 희미하게나마 등장했던 한 해였다.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합의가 이뤄지면서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일단 열렸다.

작년 2월13일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된 북핵 불능화 조치는 꾸준히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북핵 폐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북한이 작년 말 핵신고 시한을 어긴 것이 당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 문제는 앞으로 협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의 신고 기한 엄수 여부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옳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풀리게 된다.

또 개성공단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아 무관세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

경제 제재를 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결심만으로 대북(對北) 경제제재가 자동적으로 풀리진 않는다.

미국과 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 관계를 규정하는 법과 규제는 수없이 많을 뿐 아니라 모두 따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미국에서 북한의 경제 활동 규제와 관련된 법은 42개나 된다.

미국은 1945년에 만들어진 수출입 허가법과 1961년의 대외지원법을 근거로 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 경제 제재를 하고 있다.

북한이 혐의를 받고 있는 대량살상 무기 수출은 1979년 미국에서 제정된 무기수출법에 저촉된다.

북한의 인권과 종교적 자유 침해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와 적성국 교역법에 의한 규제에서 제외되길 원한다.

하지만 미국 내 수많은 법적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과 정상적인 교역 관계를 맺는 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나 적성국 교역 금지 대상에서 풀린다 해도 즉각적인 경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북한관계를 담당하는 미국의 정부 및 의회 기관들은 해당 법규에 손대길 거부하고 있다.

개성공단 생산제품도 수십년간 지속돼온 경제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의회의 결정 없이는 한·미 FTA의 무관세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대외지원법이 대표적인 예다.

이 법의 경우 예외 조항이 없기 때문에 북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려면 의회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또 법 개정을 위해선 북한이 더 이상 국제 공산주의 세력과 '결탁'하지 않을 것이란 선언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이 핵불능화 신고 시한을 어긴 것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진정으로 신고할 의도를 갖고 있는지가 몇 달 안에 가려지면 6자회담의 행동 방침도 결정될 것이다.

북한의 신고서 제출에 대해 확답을 얻지 못할 경우 미국은 협상 체제를 이어갈지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협조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 협정 위반 수준에 대해 미국은 엄격하게 판단할 것이다.

플루토늄 보유량 같은 모호하고 부분적인 사실 공개만으로 미국이 협정을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신고의 완전성을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종적인 핵신고 내용은 미국과의 협상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어떤 국가도 북한 핵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막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 진행돼 왔지만 그 결과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해 2월의 6자회담 합의는 장기간 이어질 협상 과정의 첫걸음일 뿐이었다.

핵폐기를 위해선 각국 정부와 의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당선인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집중력과 인내력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