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외환보유액 앞세워 톱브랜드 기업 사들여

"인도 타타자동차가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사로 선정됐다."

지난 3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소식을 급전으로 전 세계에 송고했다. 예상 매각가는 10억파운드(약 2조5800억원). 230만원대 차를 출시하겠다며 저가차 개발 경쟁의 불을 붙인 타타자동차가 고급차의 상징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할 경우 기술과 브랜드 파워까지 얻게되니 보통 뉴스가 아니었다. 타타그룹이 다시 한번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M&A) 추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순간이었다.

타타그룹은 이미 지난해 2월 세계 56위 철강기업이었던 계열사 타타스틸을 통해 세계 9위였던 영국 코러스를 67억파운드(약 12조6000억원)에 인수,순식간에 6위로 발돋움했다.

2001년부터 타타그룹이 인수한 해외기업은 테틀리 티(영국) 대우상용차(한국) 낫스틸(싱가포르) 타이코글로벌(미국) 등 27개에 이른다.

중국 인도 러시아 기업들이 전 세계 M&A 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막대한 외환보유액 등을 앞세워 전 세계 기업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해외시장 개척 및 첨단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다.

기업정보제공업체인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지난해 해외 M&A 규모는 242억달러로 2006년에 비해 60%,2004년보다는 7배 늘었다. 해외 M&A 사상 최대(56억달러)로 기록된 중국공상은행의 아프리카 최대은행인 스탠다드뱅크 인수 등 중국 10대 M&A 중 5개가 작년에 이뤄졌다. 중국투자공사(CIC)가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5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세계 국부펀드 시장에 큰 손으로 등장했다.

인도의 M&A 규모는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35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을 능가하는 규모다. 유난히 굵직굵직한 대형 M&A가 많았다. 인도 사상 10대 M&A 중 6개가 성사됐다. 타타스틸의 영국 코러스 인수,힌달코의 캐나다 알루미늄 업체 노벨리스 인수(60억달러),에사르글로벌의 캐나다 철강사 앨고마스틸 지분 인수(15억8000만달러),유나이티드 스피리츠의 영국계 위스키 업체 와이트앤맥케이 인수(12억달러) 등 지난해 줄곧 해외 M&A 행렬이 이어졌다.

러시아 기업들은 천연자원 급등 및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에브라즈그룹이 미국 오리건스틸밀스를 23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2006년에만 110억달러(언스트&영)를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도 러시아 대외무역은행이 에어버스를 만드는 유럽항공방위 우주산업(EADS)의 보유 지분을 3%에서 6%로 늘렸고 알루미늄업체인 루살이 스위스 원자재회사 글렌코어를 36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이 됐다. 철강업체인 세베르스탈은 미국의 US스틸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이원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인도 러시아 기업들은 M&A를 통해 해외 시장에 쉽게 진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신 기술도 습득한다"며 "특히 중국 정부 등은 넘쳐나는 외환보유고를 해결하고 희소성이 커진 천연자원에 대한 전략적 접근 등을 위해 해외 M&A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 사모펀드가 5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서 굴리면서 이 같은 기업 M&A 자금을 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뭄바이(인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