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국정홍보처의 업무보고는 시종 긴장감이 흘렀다.

이명박 당선인이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나 점령군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함에 따라 외견상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찌감치 이 당선자가 홍보처를 없애겠다고 공약한 마당이어서 물밑에선 인수위와 홍보처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홍보처는 참여정부 기간의 활동 평가에 대해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국정홍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논리를 줄기차게 개진했다.

또한 홍보처 폐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5년 주기로 존폐가 거론된다면 국정과 정책 홍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화국(정권)은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 "정부조직법상 언론 대처기능이 없는 가장 약한 조직이 질타를 받는 아이러니"라는 등의 격한 표현까지 쓰며 부처 존속에 대한 방어논리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홍보처의 한 참석자는 "국정홍보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구축되었으나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으로 체감적 홍보성과가 미흡했다"며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원들은 "국정홍보시스템에 대한 반성은 없고 자화자찬과 조직방어 논리에 매몰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수위원들은 "자료 준비가 부족하고 내부적 반성이 필요하다" "방어논리가 아닌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며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 같은 양측의 공방전이 오가면서 업무보고는 예정됐던 시간(2시간)을 45분이나 넘겨서야 끝났다.

이날 업무보고를 마친 4개 부처 중 가장 긴 시간으로 행정부 업무조정 등 광범위한 주제를 논의했던 총리실 업무보고가 1시간 50분 만에 끝난 것과 대비된다.

업무보고가 끝난 후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홍보처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부 부처 개편이라는 틀 속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당선자의 공약이었다"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국정홍보처의 부처보고를 들어보니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태도"라며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이달곤 인수위원은 "정권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공무원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제는 정책홍보의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촌평했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홍보처 직원들의 보고를 들어보니 '이제 올 때까지 왔다'는 자포자기식 분위기"라며 "100% 협력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전혀 협력할 뜻이 없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