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2일 서부텍사스 원유(WTI) 기준으로 장중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유가 100달러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가안정과 함께 투자 활성화로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는 차기 정부로서는 경제정책 운용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는 점이다.

수요급증에 따른 수급불안 구조가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산유국들의 정정(政情)불안, 미국 원유재고 감소 등에 달러화 약세까지 함께 겹친 탓이다.

일부에서는 기후 등에 따라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지만 요인들의 특성을 보면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보다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 삭스는 WTI가 올해 말에는 배럴당 105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만약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우리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실질실효가격(물가와 석유의존도를 고려한) 측면에서 과거 오일쇼크 때와 비교해 큰 부담이 아니란 분석도 나오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들썩이는 소비자 물가, 12월 무역수지의 적자 반전(反轉) 등 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인한 미국경제 위축을 비롯 전반적으로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到來)할 수있다.

고유가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까지 뛰고 있고 보면 그런 경우를 배제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고유가로 소비, 투자, 수출, 증시 등이 타격 받고 물가가 불안해지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가도 잡고 경기도 회복시켜야 하는 새 정부로선 고민이 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리 환율 등 거시적 정책수단 측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도 않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소비위축을 막고 기업의욕을 되살려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그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