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시니카' 세계경제를 바꾼다] 1부-(3) 又大又强(유다유창)… 중국판 보잉사까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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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개혁 개방 30년의 환골탈태 - (3) 초거대기업의 합창
지난달 27일 베이징에 있는 국가영빈관 댜오위타이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상하이자동차와 난징자동차의 합병식이었다.
이날 두 회사는 연산 180만대 규모의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로 재탄생했다.
중국 정부가 민간 행사에 댜오위타이를 내준 이유는 국가적 행사와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경제일보는 '상난(상하이-난징) 연합의 항공모함 출범'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기업 전략의 핵심은 몰아주기다.
159개의 국영기업을 80개 안팎으로 합친다는 방침이다.
동방항공 남방항공 에어차이나 등 3개 항공사의 합병이나,5대 해운선사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강회사들의 합병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최초의 철강회사로 90년간 베이징 시징취에서 자리를 지켰던 서우두강철은 곧 허베이성 탕산으로 이전한다.
지난달 28일 이전 준비가 한창인 시징취 공장에서 만난 이 회사 관계자는 "환경오염 배출이 문제가 됐지만 진짜 이유는 탕산 근처에 난립한 202개의 철강회사를 M&A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우두강철 등 4대 철강 메이커가 중국 전체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도록 한다는 정부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골리앗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은 세계 기업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작년 상장과 동시에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페트로차이나를 비롯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중 4개가 중국 회사다.
포천 500대 기업 중에는 시노펙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회사가 24개나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2개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3년 내에 이를 5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단순한 덩치 불리기가 아니다.
'유다유창(又大又强ㆍ크고 강하게)'이라는 구호의 방점은 '강하게'에 찍혀 있다.
중국 500대 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3%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수 기업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올해 시행에 들어간 반독점법의 칼날도 국가전략산업은 비켜 가도록 했다.
정부가 독과점 기업을 만들어내거나 무분별한 확장을 하도록 허용하는 게 타당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중국 27위 민영기업으로 3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우루무치 화링집단의 정장 부총경리는 "생존을 위해"라고 잘라 말했다.
대형 외국 업체와 맞서기 위해서는 '크고 강하게'라는 두 명제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강한 대기업 만들기 전략은 착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저녁 상하이 완핑난루에 있는 중국항공공업제1그룹 비행기제조공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A부터 Z까지 중국 기술만을 사용한 90인승 중형비행기(ARJ21)가 첫선을 보인 자리에 쩡페이옌 부총리가 참석했을 뿐 아니라 유명 가수들의 축가가 이어졌다.
'중국 기술발전사의 또 다른 전설'(신화통신)을 만들어낸 이 회사는 23만명의 종업원과 4만5000명의 연구원을 가진 초대형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제1그룹과 제2그룹의 민간 항공기 제조부문 등을 합병해 새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새 회사는 보잉 에어버스 등과 경쟁할 수 있는 150인승 여객기를 개발한다.
자국 기술을 내세우는 것은 비행기뿐이 아니다.
중국은 3세대 이동통신 위성통신 무선랜 동영상압축 홈네트워크 고속철도 등에서도 자국 기술을 세계 표준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생산기지와 잠재력이 큰 거대 시장이라는 위상을 무기로 세계시장이 자신들의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도록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길은 멀다.
글로벌 500대 기업인 중국 디이자동차의 2006년 영업이익은 1억6600만달러로 도요타의 11분의 1 수준이다.
자산 대비 이익률 역시 0.8%로 도요타의 4.9%에 턱없이 못 미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경제의 국제화'를 또다시 강조했다.
"1조5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M&A의 실탄으로 삼아 기술개발과 산업 집중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할 것"(노재만 베이징현대자동차 대표)이란 전망은 과장된 게 아니다.
개혁ㆍ개방 30년이 지나면서 글로벌 업계에 부는 중국의 황사 바람이 더 거세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 베이징.톈진.다롄.상하이.광저우.선전.충칭.우루무치=조주현 베이징 특파원/최인한/오광진/장창민 기자/김정욱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