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31일 오후 11시59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찬란한 불빛을 내뿜는 볼이 허공에서 서서히 미끄러져 내린다.

'빛이 있으라(Let There Be Light)'로 명명된 이 볼이 떨어지는 것에 맞춰 100만 군중이 일제히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60,59,58,.....3,2,1.볼이 지상으로 떨어지며 '2008'이라고 쓰여진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렇게 맨해튼에도 새해는 밝았다.

모두가 희망이 가득한 표정이지만 사실 마음마저 그런 건 아니다.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어서다.

지난 연말 동포들의 각종 송년모임의 화제도 단연 어려워지는 경기였고 먹고 사는 문제였다.

이런 와중에서도 몇몇 인물들이 송년모임에서 화제에 올랐다.

다름아닌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명문대 조기전형에 합격한 동포 자녀들이다.

뉴저지주에 사는 박상현군.뉴저지주 영재학교라는 버겐아카데미(고교) 3학년이다.

박군은 얼마 전 발표된 예일대 조기전형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가 조기전형을 실시하지 않았으니 가장 좋은 대학에 합격한 것과 마찬가지다.

박군은 고 2 때 수학능력시험(SAT)과 진학적성예비시험(PSAT)에서 만점을 맞았다.

학교성적도 최우등이다.

뉴저지주 학생 오케스트라 단원일 정도로 빼어난 바이올린 실력을 자랑한다.

테니스도 수준급이고 과학경시대회 입상경력도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박군 부모는 꽤나 마음을 졸였다.

SAT에서 만점을 맞고도 떨어지는 학생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낙방이유는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지 않는다는 것.사실 미국 대학이 요구하는 조건은 학교마다 다르다.

성적은 물론 체육 악기 학교활동 봉사활동까지 따지니 '족집게 과외'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성적이 별로 좋지 않더라도 특정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일류대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수험생 누구도 학교의 방침에 토를 달지 않는다.

선발권은 학교에 있고 그 기준은 수험생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는 신뢰가 있어서다.

물론 미국 교육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은 상당히 무너져 내렸다.

경쟁력 없는 공립학교를 퇴출시키는 한국계인 미셸리(한국명 이양희) 워싱턴DC 교육감이 화제의 인물로 대문짝만하게 소개될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도 동포들은 아이들 생각만 하면 이민오길 잘했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가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아이들도 학교생활에 만족해하고 있어서다.

비록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열심히만 하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도 깔려 있다.

박군의 부모가 이민을 결행하게 된 주된 동기도 박군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이명박 정부'가 닻을 올렸다.

'경제 대통령'을 모토로 내세운 만큼이나 기대는 크다.

그런데 교육인적자원부를 대수술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새 정부는 경제살리기 외에 교육개혁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경제살리기가 단기적 문제라면 교육을 바로 세우는 건 백년대계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과연 그 내용을 제대로 채울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