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유럽의 소국 슬로베니아.덩치는 작지만 경제 성적은 남부럽지 않다.

2005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558달러.한국(1만6441달러)보다 한 단계 앞이다.

주식시장에도 불이 붙었다.

슬로베니아 증시의 대표지수인 'SBI 20'은 2006년 40%가량 상승한 데 이어 2007년엔 80% 가까이 급등했다.

'동유럽의 중국'.슬로베니아 증시에 새로 붙은 별칭이다.


#2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

지도를 한참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곳이지만 경제 수준만큼은 아프리카 최고의 모범생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7%에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1인당 국민소득(2005년 기준)은 5712달러.러시아 터키보다 높다.

국가신용등급은 A2(무디스)로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내전에 시달리는 이웃 나라들과 달리 정치 상황도 안정적이다.


국제 투자자금이 슬로베니아 보츠와나 같은 '프런티어 마켓(Frontier Market)'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프런티어 마켓'을 겨냥한 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고 주요 투자은행들은 관련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1일 월가 펀드들이 올해부터 대표적 프런티어 마켓인 아프리카와 중동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며 향후 몇 달 사이에 10억달러가량의 자금이 이들 지역에 집중 투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런티어 마켓'은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만든 신조어.이름 그대로 개척지라는 뜻이다.

신흥시장의 대명사였던 '이머징 마켓'보다 한 발 더 들어갔다.

'포스트 이머징 마켓'인 셈이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프런티어 마켓'에 속한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프런티어 마켓'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처럼 한정된 국가만을 지칭하는 개념은 아니다.

펀드나 지수를 만드는 금융회사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2007년 8월 '프런티어 마켓 주식지수'를 선보인 S&P는 22개 국가의 100여개 기업을 하나로 묶었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싹수가 보이는 기업을 모두 긁어모았다.

최근엔 30개국 150개 기업으로 범위를 넓혔다.
[글로벌 이슈 분석] 새해 투자의 화두 '프런티어 마켓'
S&P는 10월 기존 지수 편입 국가에서 9개국 15개 기업만을 가려 뽑은 'S&P 셀렉트 프런티어 지수'를 하나 더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캄보디아 베트남 파키스탄 3개국,중동에서는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2개국,남미에서는 콜롬비아 파나마 2개국,유럽에서는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2개국이 꼽혔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프런티어 마켓 관련 지수를 선보였다.

이 지수에는 △유럽 7개국(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4개국(케냐 모리셔스 나이지리아 튀니지) △중동 6개국(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UAE 레바논) △아시아 2개국(스리랑카 베트남) 등이 포함됐다.

국제 투자자금이 프런티어 마켓을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우선 탄탄한 경제가 강점이다.

카자흐스탄은 2006년 10.6%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07년에도 9%대의 고공 비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캄보디아 UAE 파나마 등도 7%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8%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

적극적인 개방 정책과 풍부한 천연자원,폭발하는 인프라 투자 등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요인이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아직 성장의 초입 단계에 있어 당분간 이 정도의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높은 발전 가능성.프런티어 마켓의 증시 규모는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확대됐다.

S&P에 따르면 2001년 410억달러에 불과했던 프런티어 마켓의 시가총액은 2004년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2006년 2408억달러로 불어났다.

[글로벌 이슈 분석] 새해 투자의 화두 '프런티어 마켓'
5년 새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런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증시 규모가 여전히 작은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프런티어 마켓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40% 미만(2005년 기준)으로 60% 수준인 이머징 마켓이나 100%를 훌쩍 넘긴 선진국 시장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추가적인 발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세 번째는 대안 투자처로서의 매력이다.

2007년 들어 서구 선진국 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심하게 멍이 들었다.

뚜렷한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투자수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중국 한국 등 이머징 마켓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사정권 안에 들었다.

미국에서 나쁜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함께 휘청거린다.

게다가 중국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 시장은 너무 올랐다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 오를 확률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에 비해 프런티어 마켓은 국제 금융시장의 외곽에 존재하기 때문에 선진국 시장의 악재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실제로 2007년 11월 이머징 마켓의 평균 수익률이 약 7% 하락하는 동안 프런티어 마켓은 1.8% 떨어지는 데 그쳤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프런티어 마켓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선구안은 지금까지는 적중했다.

'프런티어 마켓 주식지수'에 포함된 국가 가운데 상당수가 기록적인 증시 상승률을 나타냈다.

방글라데시 코트디부아르 우크라이나 주식시장은 2007년 달러 기준으로 80% 이상 올랐고 나이지리아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1%에 달해 중국마저 따돌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프런티어 마켓 증시는 연 평균 23.7% 올라 선진국(3.0%)은 물론 브릭스(12.4%)마저 넘어섰다.

그러나 '고수익'에는 언제나 '고위험'이 뒤따르는 법.프런티어 마켓 투자자들의 덜미를 잡을 악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얕다.

S&P지수에 포함된 22개국 프런티어 마켓의 시가총액은 약 1700억달러.거래되는 종목은 500여개에 불과하다.

러시아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의 시가총액이 700억달러에 달하고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 800개가 넘는 것과 비교할 때 왜소한 몸집이다.

급할 때 신속하게 몸을 빼내기엔 유동성이 부족한 셈이다.

일부 국가는 벌써 과열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방글라데시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미국 기업을 넘어섰다"며 "가장 고평가된 베트남 기업들의 PER는 2006년 순이익 기준으로 96배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 오만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의 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중은 이미 100%를 넘어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프런티어 마켓에 속한 국가들의 성장세가 대부분 원유 농작물 광물 등 원자재 시장의 활황에 크게 기대고 있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원자재 시장의 거품이 터지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주가 변동성도 크다.

UAE 주식시장의 경우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151%와 195% 급등한 뒤 2006년엔 44%나 급락했다.

[글로벌 이슈 분석] 새해 투자의 화두 '프런티어 마켓'
이 밖에 시장의 투명성이 낮고 정부 규제의 벽이 높다는 것도 약점이다.

메릴린치의 이머징 마켓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하트넷은 "프런티어 마켓 투자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