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과 만남의 자리가 많은 연말이다.

만나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술.보석 중에서 술과 깊은 인연의 전설을 간직한 것이 있다.

자수정(紫水晶)이다.

아미디스트(amethyst)라 불리는 이 보석은 그리스어 아메두스토스(amethustos)에서 유래한 말로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느 날 술의 신 바커스(Bacchus)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호랑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바커스는 자신의 기분 전환을 위해 산책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사람을 호랑이를 시켜 죽일 작정이었다.

그런데 맨 처음 나타난 사람은 다이애나(Diana) 신전에 참배하러 나온 아름답고 순결한 소녀,아미디스트(Amethyst)였다.

호랑이가 그 소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순간 그녀는 하얀 수정 기둥이 됐다.

그 수정 기둥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바커스는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수정 기둥의 머리 위에 포도주를 부어주었다.

그러자 하얀 수정 기둥은 포도주색으로 변했으며,그 뒤로 자수정은 아미디스트라고 불리게 됐다.

자수정은 순결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돌로 여기고 있다.

자수정의 보라색은 남미에서 커다란 광산이 개발되기 전인 18세기 무렵까지만 해도 귀족이나 부자를 상징했다.

좋은 질의 자수정은 안데스 산맥을 따라 멕시코나 우루과이,브라질 등 중남미에서 많이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붉은 빛이 도는 자적색,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적색 포도주 빛을 띤 멕시코산 자수정을 최고로 친다.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한국 자수정도 한때는 좋은 색과 질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일제 강점기 시절,일본인들이 거의 모두 채굴해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자수정을 흔하고 값싼 보석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합성이나 모조 보석이 많은 것이 자수정이다.

하지만 좋은 색의 진품 자수정은 그리 흔하지 않으며,구하려면 높은 값을 치러야만 한다.

보라색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에게 잘 어울리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마음과 정신을 일깨운다.

푸른색은 하늘의 상징이고,붉은색은 인간의 욕망과 피를 뜻한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조화를 이룬 보라색은 신과 인간의 결합을 의미하는 고귀한 색깔이다.

새해의 새로운 마음을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자수정의 신성한 에너지와 함께하라고 말하고 싶다.

보석 디자이너 ejoqueH@jewelbut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