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들라면 여러분은 무엇을 꼽겠는가? 여러 가지 중에서도 나는 일단 자동차와 컴퓨터를 들고 싶다.

그 중 지식정보화 사회를 가능케 했으며 앞으로도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컴퓨터,특히 '퍼스널 컴퓨터(PC)'를 꼽고 싶다.

특수한 용도로만 쓰이던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애플Ⅱ컴퓨터를 통해서였다.

나는 지금도 애플Ⅱ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대학 시절 냉난방 장치가 완벽하게 구비된 별도의 공간에 범접할 수 없는 기계로 존재하던 그 컴퓨터가 내 책상 위에 올라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

1980년대 초에 등장한 애플Ⅱ는 정말 세상에 혁명을 가져온 위대한 발명품이었다.

특히 자판을 통한 입력,모니터와 프린터를 통한 출력,플로피 디스크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엄청난 파격이었다.

당시 나는 애플Ⅱ의 매력에 빠져 내 업무와는 상관없는 1000여 명의 급여 계산 프로그램을 짰고,10여 명의 인사과 직원들이 며칠간 밤을 새우며 하던 작업을 하루 만에 끝내도록 만든 기억이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스티브 워즈니악.지나 스미스 지음,장석훈 옮김,청림출판)을 읽으면서 나에게 그렇게 큰 감동을 주었던 애플Ⅱ 컴퓨터가 스티브 잡스가 아닌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괴짜 천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매우 놀랐다.

더욱 놀란 것은 그가 단순히 기술에 미친 괴짜가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진정한 엔지니어의 전형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가 PC를 만든 다음에도 자신이 일하던 휴렛팩커드에 먼저 사업화를 제시하였고 그 제안이 거절된 후에야 비로소 애플 창업팀에 합류하는 정직성을 보였다는 사실은,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일하던 회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요즘 세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애플컴퓨터를 창업한 후 회사가 상장하여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벼락부자가 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혜택에서 소외된 일부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헐값에 나눠주었다는 일화도 그의 남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애플컴퓨터에서 최근의 아이팟으로 이어지는 애플 사의 인간 중심적 아이디어가 바로 애플 최초의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의 정신에서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 이 책에는 그의 천재적 재능을 키워준 아버지에 대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엔지니어였던 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질문에 알기 쉬운 말로 원리를 설명함으로써 워즈니악이 전자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소질을 계발하도록 도와줬다.

이는 모든 지식을 빨리 외워 성적만 잘 나오도록 강요하는 한국의 부모들이 한 번쯤 되새길 만한 내용이다.

진짜 즐기면서 행복을 느끼는 인생.그것이 바로 워즈니악이 추구하는 삶이다.

그가 애플 창업의 주역이었으면서도 그간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던 이유 역시 자신의 신념에 의해 즐기면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지금도 대형 록 콘서트의 기획자로,초등학교 컴퓨터 선생님으로,강연과 기술 개발 등을 하면서 인생을 신나게 살고 있다.

기술자이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과 따뜻한 감동을 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2007년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368쪽,1만3000원.

김송호 홍진씨엔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