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민영화를 통한 공기업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산은의 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피력,주목된다.

김 총재는 2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영화와 관련해 이 당선자의 정확한 의중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매각 후 남은 조직의 생존경쟁력이 강해야 하며 그것이 없다면 민영화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산은의 투자은행(IB) 부문을 정책금융 부문에서 떼내고 대우증권과 합친 후 매각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공약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산은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산은을 포함해 한국의 IB는 글로벌 IB와 비교해 '초짜 중의 초짜'로,날거나 뛰기는커녕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라고 강조,이 당선자가 추진 중인 산은 IB부문 조기매각에 특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총재는 "IB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며 인재를 기르는 시기만 4~5년이 걸린다"고 얘기했다.

그는 다만 산은 개편 방안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지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IB부문 분리매각 논의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할 새 IB전략을 거의 마무리했다"며 "일례로 동남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및 지역사회개발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돈을 벌어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 등"이라고 제시했다.

김 총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를 방문해 보면 산은이 아시아지역 IB로 발돋움할까봐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또한 산은이 일반적인 공기업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는 등 민영화 대응 논리도 소개했다.

그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높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선제 대응해 손실을 피했으며 △3년 연속 2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해 정부에 상당한 배당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총재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바깥에선 산은이 월급만 축내는 금융공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산은에 대한 오해를 20가지 정도로 정리해 조만간 배포하고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