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항만회사 허치슨포트홀딩스는 전남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한 컨테이너 부두에 2213만달러를 투자해 10여개의 선석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11월 노조원들이 광양항 예인선 노동조합과 연대해 허치슨 계열 부두로 컨테이너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광양항의 입지 경쟁력이 부산항이나 중국 등의 경쟁 항만에 비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주들을 설득해 겨우 환적 화물을 유치했는데 이런 식으로 쫓아버리면 어떡하느냐."(허치슨 관계자)

하지만 노동부 경찰 등 관계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급기야 항만은 사흘간 '올스톱'되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이 일을 겪은 뒤 '한국 철수'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자본을 더 끌어들이기는커녕 강성 노조와 뒷짐진 정부가 합동으로 그들을 밀어내는 것이 이른바 '경제자유구역'의 현실이다.

"꺼져 버린 성장 엔진에 불을 붙이려면 국내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해 불쏘시개로 삼아야 한다.

외국 자본을 끌어오려면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불법 행동을 일삼는 강성 노조와도 '대화와 타협'을 시도한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노조에 끌려 다니기 바빴다.

취임 첫 해인 2003년,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화물연대 파업,철도ㆍ지하철 등 이른바 '궤도연대' 총파업,조흥은행과 현대차 파업 등 노조의 불법 행동이 연중 지속됐다.

하지만 이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는 막을 길이 없었다.

'떼쓰면 들어준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노조는 더욱 강성화했다.

이 때문에 몇몇 외국계 기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나기도 했다.

2005년 덴마크의 세계적인 완구회사 레고(LEGO)는 경기도 이천 공장을 폐쇄했고 작년엔 일본 소니가 경남 마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5~2006년 2년 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이 한국에 직접투자했다가 다시 되가져간 투자금액이 83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가 한국에서 철수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한국은 합리적인 노조 활동이 필요하다"거나 "노동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의 준법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28위에 머물러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연간 8조원으로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씩 갉아먹고 있다는 집계도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취임 일성으로 법질서를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불법 파업과 폭력 시위 등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불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불법 행위로 피해를 본 기업이 법에 의해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책임 소재를 찾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최운열 서강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