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해진 상장사를 싼 값에 인수한 후 프리미엄을 붙여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인수합병(M&A) 재활용 선수(?)가 또다시 먹잇감 사냥에 나섰다. 주인공은 장외기업인 하나모두로, 지난 2006년 이후 4개 기업을 인수해, 일부 기업을 되파는 전략으로 차익을 챙겼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모두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포리머삼성수산 최진우 대표이사로부터 보유주식 18만주와 경영권을 60억원에 넘겨받는 계약을 지난 21일 체결했다. 계약이 완료되면 고려포리머는 총 44만8847주(10.19%)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고려포리머는 삼성수산을 인수하기 위해 회사 최대주주인 하나모두와 특수관계인 사이언스에듀, 남궁견씨 등을 대상으로 5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근해어업(대형기선저인망)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삼성수산은 올해 3분까지 누적 매출 44억4600만원, 순손실 91억81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고려포리머의 이번 상장사 인수는 최대주주인 하나모두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후 세종로봇, 삼협글로벌(옛 에프와이디), 고려포리머(옛 케이피앤엘), 유한NHS(옛 실미디어) 등의 M&A를 성사시키며 '기업 사냥꾼'으로 부각됐다.

하나모두는 지난 2006년 초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세종로봇(옛 애즈웍스)을 현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하나모두의 자회사인 사이언스 에듀(옛 에이플러스과학나라)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세종로봇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사이언스에듀는 세종로봇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62만여주를 단돈 60만원에 인수하고, 3자배정 증자에도 지분 교환 방식으로 참여해 인수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

사이언스에듀는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세종로봇 보유지분 전량인 8.24%(244만2286주)를 43억원 가량에 처분해 이익을 실현했다.

지난 5월에는 하나모두와 고려포리머 등이 함께 유한NHS 지분 28만주(7.56%)를 27억원에 인수했다가 두 달 후인 지난 7월 52억원에 팔아 2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하나모두측은 지난해 10월 경영참여 목적으로 삼협글로벌의 지분 5.72%(297만5000주)를 43억원 가량에 확보한 이후 세 달 만에 장내에서 4억7800만원에 처분, 39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영권을 분리 매각해,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려포리머 지분 6.7%(240만주)와 경영권을 하나모두와 세종로봇이 45억원에 넘겨 받았다. 이후 하나모두측은보유 지분율을 12.05%까지 올리며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하나모두의 끊임없는 M&A의 중심에는 남궁견씨가 있다. 남궁견씨는 비상장사인 하나모두와 그 자회사 사이언스에듀 등을 통해 상장사인 고려포리머를 지배하고 있다.

남궁견씨는 몇 해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헐값에 회사를 인수한 이후 대규모 감자와 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이후 다시 되파는 식이다. 남궁 회장은 시장에서 자금동원 능력이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M&A 시장에서 쉘(껍데기만 남은 회사)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면서 "일부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수산도 유상증자와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인력 구조조정 및 신사업 등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다시 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고려포리머가 삼성수산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후 2시 46분 현재 두 회사 모두 상한가인 1135원과 1615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안재광 기자 chs8790@hankyung.com,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