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낚싯대를 들고 웃통을 벗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공개되자,자국내 여론이 갈렸다.

지도자의 품격에 맞지 않다는 비판과 자신있는 행동이라는 찬사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푸틴의 근육질 몸매가 러시아 경제의 활력을 상징하는 듯하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사실 푸틴 대통령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도 별로 없다.

러시아 경제를 활황으로 되돌려 놓은 덕택이다.

그는 기름과 천연가스로 벌어들인 돈을 첨단산업에 투자하는가 하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고 있다.

첫째도 경제,둘째도 경제를 외치는 푸틴은 "지도자의 성패는 경제에 달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외교에서도 푸틴은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중국,인도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인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집단안보조약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그의 외교를 두고 '터미네이터 외교'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슈워제네거가 목석같은 표정으로 끝까지 사명을 완수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푸틴에게는 '블랙박스'라는 또 하나의 별명이 있다.

좀체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의뭉하게 행동한다 해서 지어졌다.

그의 이력이 베일에 가려있는 것도 별명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에너지 넘치는 행보로 서방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푸틴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됐다.

혼란에 빠져 있던 러시아를 안정시키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위주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이 있긴 하지만 대단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내년 3월로 연임 임기가 끝나는 푸틴은 대통령이 아닌 총리로 남아 실질적인 통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창백할 정도로 푸른 눈동자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그가 경제대국으로 가는 이정표를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