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신당의 향후 진로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번 대선에서 BBK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완패함으로써 다시 한번 심각한 민심 이반에 직면한 때문이다.

우선 이명박 당선자에게 큰 표차로 패한 정 후보는 당내에서 거센 '책임론' 시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득표율이 기대했던 30%에 미치지 못하면서'2선 후퇴'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분간 휴지기를 가진 뒤 일정기간 외국행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는 21일 광주에서 머물며 향후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관계자는 "정 후보가 득표율 30%를 넘겼다면 당내 여러 세력의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총선을 통해 재기를 노릴 수 있었지만 득표율이 20%대에 머물면서 앞으로의 정치 행보가 극히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정 후보로선 신당의 전통적인 근거지인 호남지역에서 80% 이상의 득표를 획득하고,이명박 당선자의 득표를 10% 이하로 묶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집토끼'인 호남은 잡은 만큼 정치의 전면에서 사라질 위기는 모면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급조된 신당은 당장 당의 진로를 놓고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속 의원들은 내년 4월 치러질 18대 총선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의원들이 정치적 활로를 찾아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전에서도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만큼 당내 구심점이 급속히 줄어들어 심각한 분열상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총선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불편하지만 전략적인 동거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우선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이해찬 전 총리와 김근태 의원이 손을 잡고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 후보를 중심으로 한 호남 세력과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연대하는 '정동영+손학규' 조합을 예상하기도 한다.

세력 대결보다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상대적으로 참신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절충형'도 나온다.

대선 이후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각 세력들이 대선 패배의 책임과 원인,향후 진로를 둘러싸고 벌일 논쟁에서 1차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에서는 당이 분열하면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창조한국당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인물과 비전을 찾기 힘든 신당의 운명이 끝났다고 보고,나름의 비전을 선보인 문국현 후보 쪽으로 갈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이 지역적인 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이 실제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