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증시 불안 등의 여파로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증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증시 약세를 이용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면서 후계 구도를 견고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세돈 한국철강 회장은 지난 17일 보유 지분 중 절반인 11.67%(140만주)를 아들인 장세홍 전무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장 회장의 지분율은 11.73%로 낮아진 반면 장 전무는 15.01%로 급증,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재산가액은 1078억원에 달했다.



한국철강 관계자는 "장 전무가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17일 장남 동관씨를 포함한 3명의 자녀에게 ㈜한화 지분 4%(300만주)를 증여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2022억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최근 증여가 잇달아 이뤄졌다.

오주언 SSCP 회장은 지난 4일 보유 지분 중 21.56%(485만5030주)를 장남인 오정현 사장에게 증여했다.

임상호 동신에스엔티 대표는 지난달 15억원이 넘는 자사주 5.55%(22만5774주)를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최근 들어 상장사 증여가 늘고 있는 것은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빠져 증여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10월26일 고점 대비 28.9%,한국철강은 사상 최고가인 10월5일보다 27.7% 급락한 상황이다.

주식 증여재산가액은 증여일 2개월 전과 2개월 후 평균주가를 따져 구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을 적게 낸다.

증여재산가액이 30억원을 넘어설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되는 까닭에 한국철강 장 전무의 경우 사상 최고가에서 증여했을 때보다 150억원가량 세금을 절약하게 된다.

이들 종목의 향후 주가 움직임도 관심이다.

김봉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철강에 대해 "향후 봉형강류 가격 강세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주가가 싸다고 판단해 이 시점에서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3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한 전문가는 "내부자는 회사 경영 상황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된 시점에서 증여하게 마련"이라며 "증여가액이 확정된 두달여 후에는 주가가 상승 추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