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메릴린치가 올해 연말 보너스를 대폭 삭감하는 등 수년간 호황을 누려온 월스트리트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가 신상필벌 원칙을 강조하면서 많은 손실을 기록한 확정금리부 증권 업무 책임자들의 연말보너스가 평균 4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밝혔다.

통신은 특히 모기지 채권 등을 담당했던 직원들의 보너스가 최대 80%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회사채 담당 직원들의 보너스도 60%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전반적인 수익악화의 영향으로 올해 수익을 낸 증권 등의 분야도 보너스 인상폭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22억4천만달러에 이르는 기록적인 분기 손실을 발표한 메릴린치는 올해 9월까지 매출이 20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3% 감소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268억달러로 지난 2001년 이후 최대인 18%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매출이 급감했던 지난 2001년 최고경영자(CEO)를 데이비드 코만스키에서 스탠리 오닐로 교체하는 한편 직원보수를 18% 줄이고 직원 1만4천명을 감원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직원보수는 금융기업들의 가장 큰 지출항목이며 이 가운데 보너스 지급액이 6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메릴린치 외에도 UBS와 씨티그룹, 모건스탠리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여파로 최고경영자들을 해고했다면서 보너스 삭감이 메릴린치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의 보너스 혜택을 누렸던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 소재 취업알선업체인 거슨그룹의 러스 거슨은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어 직원들의 이직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메릴린치가 큰 폭의 보너스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주 회계감사관실도 최근 지난해 총 239억달러, 직원 1인당 평균 13만6천달러를 넘었던 월스트리트의 보너스 규모가 올해 10% 감소,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