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A후보가 B사에 방문해서 사진도 같이 찍었답니다. B사 대표가 A후보랑 대학 동기라네요." "C사 대주주가 A후보 사돈집안의 친척이란 거 다 아시죠? 주가가 곧 '쩜상'(시가와 종가,저가와 고가가 모두 상한가인 종목을 가리키는 은어)으로 날아오를 겁니다."

이번 대통령선거 유세 기간 내내 증시 관련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대선 후보 테마주 찾기' 열풍에 휩싸였다.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모 후보와 관련해선 온갖 루머를 동원해 관계를 엮어 주가를 띄우려는 투자자들의 눈물겨운(?) 노력마저 이어졌다.해당 후보의 공약 수혜주로 지목돼 주가가 6개월 만에 10배 이상 뛴 회사도 있고,대주주가 후보와 친인척이거나 학교 동문이라는 소문이 돌며 5일 연속 상한가로 내달린 업체도 있다.광고 이미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폭등한 황당한 사례까지 나왔다.

대선테마에 편입된 상장사들은 대부분 올해 초만 해도 증시에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소형업체들이었다.하지만 대선후보인 '그 분'과 엮였다는 소문 한 번에 스타종목으로 등극했다.일부 대주주들은 급등세를 틈타 보유 주식을 잇따라 고점에서 매도하며 적게는 수억원,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돈방석에 앉았다."우리 회사는 '그 분'과 아무 관계가 없으니 대선테마에서 빼달라"며 '친절하게' 요구하던 한 회사의 임원은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대규모 차익실현 이유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테마주의 속성이 그렇듯이 테마의 열풍이 몰아친 다음엔 찬바람만 불게 마련이다.

이번 대선 테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도 관련주들이 연일 하한가로 추락하며 손실을 본 개인들의 한숨만 남았다.대선 테마주의 대주주들이 돈방석을 차지한 사이에 소액주주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셈이다.

대선 테마주는 국내 투자자들이 아직도 기업 경영에 '그 분의 뒷배'가 작용한다고 믿는다는 서글픈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냈다.21세기 금융 선진화를 꿈꾸는 지금 우리 증시의 시계는 여전히 20세기에 멈춰 있다.

이미아 증권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