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무원노조가 14일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을 늘리기로 합의한 데 대해 각계에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간 기업에선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라는 말이 횡행하는 마당에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정년을 연장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목소리다.

시민단체와 경제단체들은 공무원 노사의 정년 연장 합의 소식에 즉각 성명을 내고 '공직사회의 제몫 챙기기'라며 비판수위를 높였다.

임기가 불과 두 달밖에 남지않은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거의 100% 받아들여 '퍼주기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합의는 사회 각 분야의 정년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 민간에도 파장


현재 공무원 정년은 6급 이하는 57세,5급 이상은 60세로 이원화돼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하급공무원에 대한 차별대우"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에서도 직급별로 차등화된 공무원 정년을 통일하려는 법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국회는 정년 연장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 선뜻 손을 못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노사가 사상 첫 공동교섭을 통해 정년연장에 합의했다.

이로써 공무원 정년 연장 문제는 내년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회적 논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연장합의가 발표되자마자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사오정'이니'오륙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청년 실업문제도 심각한데 공무원이 나서 정년연장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만큼 공직 부문이냐 민간 부문이냐를 떠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으나 공무원이 나서 정년연장을 합의하고 나서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는 게 다수 여론이다.

정년 연장은 노사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사 여부는 국회결정에 달려있다.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정년 연장은 물거품이 된다.

또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공무원 수를 동결하고 정부조직을 축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정년 연장이 이뤄질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공무원 정년 연장은 사실상 공무원 증원으로 이어지게 돼 있어 새정부 초기부터 정년 연장을 다루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안도 노조 요구 수용

공무원 연금제 개선과 관련,정부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쪽으로 고쳐진 국민연금에 따라 공무원 연금도 같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맞섰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번 협상에서 '연금제도 개선 시 당사자인 조합과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를 넣는 데 성공했다.

노조는 공무원 연금제도 논의기구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받는다는 문구삽입도 약속받았다.

결국 노조동의 없이 공무원연금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게 됐다.

성과상여금제도 개선부문에서도 정부는 성과상여금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되 조합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의견수렴 조항은 노조동의 없이 추진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정부가 협상에서 밀린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공무원 보수 교섭부문에서도 조합과 논의해 의견을 최대한 반영토록 했다.

모든 합의조항에 의견수렴 의견반영과 같은 문구가 삽입돼 있다.

해석여하에 따라 노사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보수는 예산을 집행하는 예산처의 소관이고 국회가 최종 결정하는데도 섣불리 합의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와 노조는 교원과 학교행정직 간의 근무시간도 주 40시간으로 정하는 데 합의했다.

학교장이 각 학교의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주40시간 원칙합의로 인해 일선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교원은 오후 5시,행정직은 오후 6시에 퇴근하는데 이로써 행정직도 5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됐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