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문화街] 참 지독한 감독 이창동, 더 지독한 배우 전도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보통 한 해의 영화계를 되돌아보면 굵직한 기삿거리가 예닐곱 가지씩 나열됐지만 올해는 막막하다.
'디-워' 논란과 '밀양'의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떠오르는 정도다.
얼마 전 명동에 갔다가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의 모습을 봤다.
두 명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올해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지독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는 점이 있다.
이들이 '지독한'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이 1999년 여름 옛 고양경찰서에서 '박하사탕'을 찍을 때였다.
이날 촬영 장면은 1987년 공안과 형사였던 김영호(설경구)가 붙들려온 박명식(김경익)을 취조하면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따귀를 천천히 약하게 때리다가 조금씩 빠르고 세게 때리게 된다.
이 장면의 포인트는 때리는 속도와 두 사람의 감정이 고조되는 호흡에 있었다.
먼저 김경익이 손바닥을 가리고 리허설이 진행됐다.
여섯 번의 리허설 끝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계속해서 NG가 났다.
한 번 NG가 날 때마다 김경익은 '진짜' 따귀를 13대 이상씩 맞아야 하는 상황.이 촬영 장면을 보며 때리는 설경구나 맞는 김경익이나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NG가 나자마자 김경익의 얼굴을 감싸는 설경구나 얼굴이 익은 것처럼 빨간 뺨이 된 김경익을 바라보는 스태프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이창동 감독은 뭔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느낌이 다른지 두 사람을 안쓰러워하면서도 "제발 한 번에 가자"라는 말과 함께 다시 촬영을 했다.
몇 번의 NG가 더 났지만 OK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마 다른 감독이었다면 자신이 생각한 호흡과 살짝 달랐더라도 때리고 맞는 배우들을 생각해서 한두 테이크만에 OK 컷이 날 만도 했을텐데 말이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보여 주는 이런 고집은 무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이 밑바탕에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배우나 스태프가 모두 그를 따른다.
누구나 인정하듯 전도연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전도연은 정말 이를 악물고 연기했음은 물론이다.
그의 지독함을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1998년 11월 그 춥던 어느 날 경기도 명지계곡에서 '내 마음의 풍금'을 촬영할 때다.
소풍날 선생님(이병헌)에게 줄 닭이 도망을 치다 계곡에 빠지자 홍연(전도연)도 같이 계곡에 들어가 닭을 구하는 장면이었다.
계곡인 데다가 마침 강추위가 닥친 상황이었지만 영화는 날씨 좋은 소풍 전날이라는 설정이었기에 그런 내색을 하면 안 됐다.
먼저 닭을 계곡에 빠뜨렸는데 차가운 날씨와 계곡물 때문에 물에 빠진 닭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전도연이 다른 날 하자고 했다면 촬영을 미뤄야 했을 터.하지만 전도연은 망설이지 않고 촬영을 감행했다.
오직 비닐랩으로 몸을 감는 정도로 만족하며…. 영화 속 이 장면을 보면 닭을 잡기 위해 첨벙거리며 한참을 물에 빠져 있는데, 이때를 상상해 보면 온몸에 한기가 서린다.
이외에도 두 사람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관련된 일화는 무척 많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일을 하는지,얼마나 열정을 갖고 하는지'를 묻게 된다.
/이원 영화칼럼니스트ㆍ무비위크 취재팀장 latehope@naver.com
'디-워' 논란과 '밀양'의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떠오르는 정도다.
얼마 전 명동에 갔다가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의 모습을 봤다.
두 명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올해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지독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는 점이 있다.
이들이 '지독한'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이 1999년 여름 옛 고양경찰서에서 '박하사탕'을 찍을 때였다.
이날 촬영 장면은 1987년 공안과 형사였던 김영호(설경구)가 붙들려온 박명식(김경익)을 취조하면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따귀를 천천히 약하게 때리다가 조금씩 빠르고 세게 때리게 된다.
이 장면의 포인트는 때리는 속도와 두 사람의 감정이 고조되는 호흡에 있었다.
먼저 김경익이 손바닥을 가리고 리허설이 진행됐다.
여섯 번의 리허설 끝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계속해서 NG가 났다.
한 번 NG가 날 때마다 김경익은 '진짜' 따귀를 13대 이상씩 맞아야 하는 상황.이 촬영 장면을 보며 때리는 설경구나 맞는 김경익이나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NG가 나자마자 김경익의 얼굴을 감싸는 설경구나 얼굴이 익은 것처럼 빨간 뺨이 된 김경익을 바라보는 스태프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이창동 감독은 뭔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느낌이 다른지 두 사람을 안쓰러워하면서도 "제발 한 번에 가자"라는 말과 함께 다시 촬영을 했다.
몇 번의 NG가 더 났지만 OK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마 다른 감독이었다면 자신이 생각한 호흡과 살짝 달랐더라도 때리고 맞는 배우들을 생각해서 한두 테이크만에 OK 컷이 날 만도 했을텐데 말이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보여 주는 이런 고집은 무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이 밑바탕에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배우나 스태프가 모두 그를 따른다.
누구나 인정하듯 전도연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전도연은 정말 이를 악물고 연기했음은 물론이다.
그의 지독함을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1998년 11월 그 춥던 어느 날 경기도 명지계곡에서 '내 마음의 풍금'을 촬영할 때다.
소풍날 선생님(이병헌)에게 줄 닭이 도망을 치다 계곡에 빠지자 홍연(전도연)도 같이 계곡에 들어가 닭을 구하는 장면이었다.
계곡인 데다가 마침 강추위가 닥친 상황이었지만 영화는 날씨 좋은 소풍 전날이라는 설정이었기에 그런 내색을 하면 안 됐다.
먼저 닭을 계곡에 빠뜨렸는데 차가운 날씨와 계곡물 때문에 물에 빠진 닭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전도연이 다른 날 하자고 했다면 촬영을 미뤄야 했을 터.하지만 전도연은 망설이지 않고 촬영을 감행했다.
오직 비닐랩으로 몸을 감는 정도로 만족하며…. 영화 속 이 장면을 보면 닭을 잡기 위해 첨벙거리며 한참을 물에 빠져 있는데, 이때를 상상해 보면 온몸에 한기가 서린다.
이외에도 두 사람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관련된 일화는 무척 많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일을 하는지,얼마나 열정을 갖고 하는지'를 묻게 된다.
/이원 영화칼럼니스트ㆍ무비위크 취재팀장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