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서면서 보유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도 기관들은 오히려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여전한 데다 아직 내년 주도주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투신권의 소극적인 매매 행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안 쏘는' 투신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1283억원의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됐다.

주식형펀드 유입 자금은 지난달 3조8699억원에 달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11일 현재까지 2344억원이 들어오는 등 꾸준한 증가세다.

그러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12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8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13일 하루에만 1조2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로 지수가 급락한 지난 8월 이후 조정 시 매수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에도 미국발 불확실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굳이 가격을 올려가며 주식을 사들일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식형펀드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말 93.71%를 정점으로 하락해 이달 11일에는 92.46%에 그쳤다.

이날 대규모 순매도로 인해 이 비중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주식 비중을 10월 말 93.79%에서 11일 현재 90.67%까지 줄인 상황이다.

미래에셋이 만일 주식 비중을 10월 말 수준으로 늘린다면 앞으로 시장에서 4조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교체 한창

인종익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담당 이사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많이 오른 보유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면서 내년 주도주를 조금씩 사들이고 있는 과정"이라며 "아직은 주도주가 명확하지 않아 매수에 소극적이지만 장기간 소외받았던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 등으로 매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투신권의 투자 패턴을 보면 이미 10월 말부터 차익 실현 및 저가 매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포트폴리오 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돼야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투신권은 이달 들어 STX조선 현대미포조선 한진해운 동양제철화학 등 중국 관련주를 팔고 삼성전자 KT 등 IT주와 하나금융 국민은행 등 은행주,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주를 사들이고 있다.

올해 장기간 소외받았던 주식들이 매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시장 변동성이 커 기관의 매매 역시 일부 업종이나 종목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관 선호주로 압축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