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골퍼를 후원한 기업들의 성적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큰 돈 들이지 않고 상당한 홍보효과를 본 곳이 있는가 하면 투입한 후원금에 비해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않아 담당자들의 애만 태운 곳도 적지 않다.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불리는 스폰서십 효과의 명암을 들여다본다.

◆후원 효과를 톡톡히 본 기업='골프구단'을 운영하는 하이마트는 신지애 안선주 등 총 13명의 여자 프로골퍼에게 올해 총 25억원 정도를 후원한 결과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신지애에게는 계약금과 보너스로 6억원,안선주에게는 2억5000만원이 지급됐다.

신지애가 사상 첫 시즌 9승을 올려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하이마트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2003년 최경주와 후원 계약을 맺은 나이키골프도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계약 당시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최경주가 올해 미국 PGA투어 상금랭킹 5위에 오르면서 '로고' 노출이 빈번했기 때문.나이키는 계약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계약금으로 연 200만달러,성적 인센티브로 150만달러 이상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키는 최근 재계약 협상에서 최경주에게 소속 선수 가운데 타이거 우즈 다음가는 '특급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지은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여성 골프웨어나 클럽 쪽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

KTF도 '무난한 장사'를 했다.

KTF는 김미현에게 올해 계약금으로 4억5000만원,보너스로 40만달러를 지급했고 이미나에게는 계약금만 2억원을 줬다.

김미현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KTF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KTF 정선재 과장은 "김미현이 한국선수 중에서 첫 우승을 한데다 수시로 우승경쟁을 벌여 신문,TV 등에 노출이 많았다"면서 "투입한 돈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김경태를 영입한 신한은행도 괜찮은 성적을 냈다.

신한은행은 김경태에게 연봉과 훈련지원비,보너스로 3억원 정도를 지급했는데 김경태가 신인상과 상금왕을 휩쓴 점을 감안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냈다는 입장이다.

'골프구단'에 7억∼8억원을 들인 삼화저축은행 역시 강경남이 2승을 거두면서 재미를 봤다.

최나연 홍순상 김대섭 등 3명에게 총 4억5000만원을 들인 SK텔레콤도 '손해는 안 봤다'는 입장이다.

홍순상과 최나연이 각각 1승씩을 거둬 체면은 세웠다는 것.

◆후원효과 미흡한 기업=박세리(30)와 계약을 맺은 CJ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세리가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등 나름대로 기여했으나 연 20억원의 계약금과 3억원의 보너스 등 총 23억원을 가져간 만큼 '들인 비용'이 너무 많았다는 분석이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박세리와 재계약협상 중인 CJ측은 지난 5년간 지급했던 연 20억원씩 총 100억원의 절반 정도를 제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장익제 강수연 김주미 등 5명을 후원하고 있는 하이트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다.

후원금으로 10억원 정도를 썼지만 성적 보너스로 고작 5000만원만 지불할 정도로 선수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탓이다.

홍진주를 후원한 SK에너지도 '흉작'이다.

3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지만 홍진주는 '톱10'에 한 번밖에 들지 못했다.

휠라코리아도 올해 만족스럽지 못하다.

'톱스타'급에 준하는 연 3억원을 들여 영입한 2부투어 상금왕 김송희가 미 투어에서 맥을 추지 못했던 것.게다가 한희원이 출산으로 대회에 나오지 못하면서 홍보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다만 한희원은 계약상 받을 수 있는 30만달러를 포기함으로써 스폰서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