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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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햇동안 지고 왔던 힘들고 무거웠던 짐들을 모두 털어내겠다며 너도 나도 망년회에 분주하다.
망년회에는 으레 술이 따르게 마련인데 뭐니뭐니 해도 소주가 가장 호평을 받는 것 같다.
값이 싼데다 맛도 좋고,쉽게 취기가 올라 분위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망년회 자리가 아니라 해도,소주는 이미 서민들의 벗으로 친근하게 다가와 있다.
안주 한 접시를 벗삼아 추운 마음을 달래고 지친 몸을 의지하는데는 소주만한 게 없어서다.
박노해의 시에 언급된 '전쟁같은 밤일을 치르고 난 새벽'에 마시는 술도 역시 소주다.
권커니 잣커니 하며 뿌듯해도 한잔,벗이 그리워도 한잔 마시는 게 소주여서,이 속에는 마치 모든 핑계가 녹아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술이 말썽이다.
한잔 하면 또 한잔이 생각나고,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도를 넘게 된다.
굳이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말을 인용할 필요없이,술이 우리 몸에 배어 들면 사지는 무거워지고,다리는 쇠사슬에 매인 듯 흔들거리며,혀는 굳고,지성은 함몰된다.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법화경(法華經)의 경구도 쉽게 지나치기 일쑤다.
이제는 자칫 과음하면 엄청난 물질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이 내놓은 조사를 보면,소주 한병을 마시고 차를 몰다 인사사고(4주 이상)를 냈을 경우,최소 16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 한 병을 7잔으로 칠 때,잔당 230만원인 셈이다.
이쯤되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같은 시절에 어찌 술없이 지낼 수 있느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술은 마음을 잡아주는 약수라며 스스로에게 변명을 일삼는다.
술은 입을 즐겁게 하고,행동을 경쾌하게 하고,마음을 털어놓게 한다는 예찬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술이 번뇌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도 깊이 새길 일이다.
소주 한 잔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한 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 우환이 도둑처럼 찾아들까봐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망년회에는 으레 술이 따르게 마련인데 뭐니뭐니 해도 소주가 가장 호평을 받는 것 같다.
값이 싼데다 맛도 좋고,쉽게 취기가 올라 분위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망년회 자리가 아니라 해도,소주는 이미 서민들의 벗으로 친근하게 다가와 있다.
안주 한 접시를 벗삼아 추운 마음을 달래고 지친 몸을 의지하는데는 소주만한 게 없어서다.
박노해의 시에 언급된 '전쟁같은 밤일을 치르고 난 새벽'에 마시는 술도 역시 소주다.
권커니 잣커니 하며 뿌듯해도 한잔,벗이 그리워도 한잔 마시는 게 소주여서,이 속에는 마치 모든 핑계가 녹아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술이 말썽이다.
한잔 하면 또 한잔이 생각나고,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도를 넘게 된다.
굳이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말을 인용할 필요없이,술이 우리 몸에 배어 들면 사지는 무거워지고,다리는 쇠사슬에 매인 듯 흔들거리며,혀는 굳고,지성은 함몰된다.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법화경(法華經)의 경구도 쉽게 지나치기 일쑤다.
이제는 자칫 과음하면 엄청난 물질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이 내놓은 조사를 보면,소주 한병을 마시고 차를 몰다 인사사고(4주 이상)를 냈을 경우,최소 16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 한 병을 7잔으로 칠 때,잔당 230만원인 셈이다.
이쯤되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같은 시절에 어찌 술없이 지낼 수 있느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술은 마음을 잡아주는 약수라며 스스로에게 변명을 일삼는다.
술은 입을 즐겁게 하고,행동을 경쾌하게 하고,마음을 털어놓게 한다는 예찬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술이 번뇌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도 깊이 새길 일이다.
소주 한 잔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한 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 우환이 도둑처럼 찾아들까봐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