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죄다 겁내는 일이 있다.

혼자 운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파 눕는 것도 걱정이지만 치매는 더 무섭다.

다들 가족은 물론 자기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끔찍한 일을 겪을까 불안해 한다.

점잖고 사리에 밝던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격을 모조리 잃는 걸 듣고 보는 까닭이다.

치매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을 망가뜨린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영혼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결국 기억력도 분별력도 사라진다.

자식에게 누구냐고 묻고 방금 식사하고도 왜 밥을 안주느냐고 보챈다.

심지어 대소변도 못가린다.

어디가 딱히 아픈 것도 아닌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낫기는커녕 점점 나빠지는 채로 시간을 끈다.

암이나 심장병 환자는 남의 신세를 져야 하는 기간이 3∼5년이지만 치매 환자는 보통 8∼9년에서 길면 20년까지 간다.

제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도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다.

오죽하면 집안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토록 잔인한 병인데도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몸을 많이 움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30~40%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는 소식이다.

신체활동이 혈관시스템과 뇌의 화학물질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해석이다.

치매를 막는데 뇌손상ㆍ고혈압 방지 및 몸과 두뇌 활동이 좋다는 얘기를 새삼 확인시킨 셈이다.

치매는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치매 환자의 간호 및 시설 입소를 돕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실시한다지만 이를 위해 별도예산을 편성하고 건강보험료 또한 올린다.

치매를 줄이지 못하면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고통을 겪는다는 얘기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아침마다 40분씩 세계의 산 이름을 외웠다는 건 유명하거니와 기계에 의존하면 뇌도 둔화된다고 한다.

몸이든 머리든 자꾸 써야 망가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과음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