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확보에 기업보다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이 은행이다.

예금에서 주식형펀드나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의 자금 이탈이 멈추지 않고 있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당장 예금에 비해 턱없이 많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를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2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가 24조원에 달해 연일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다.

사정이 워낙 다급하다보니 은행들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이 부르는 대로 금리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11일 3년 만기 은행채를 발행하면서 금리를 연 6.84%를 지급키로 했다.

지난주 4년 만기 은행채 발행금리가 연 6.7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새 0.1%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예금 이탈 방지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도 대폭 올려주고 있다.

특히 법인 고객에는 고금리를 제시하며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고금리 수신 외 자산을 유동화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사모사채 3종류를 묶어 오는 17일 5000억원 규모의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키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중소기업 대출을 기초로 삼은 ABS 발행을 검토 중이며,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유동화(MBS)를 모색 중이다.

상황이 어렵기는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신한카드는 앞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최근 해외 ABS로 6억달러를 조달했다.

같은 이유로 삼성카드도 ABS 발행을 통해 3억달러를 조달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보유 부동산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은 달러 확보를 위해 금융 선진국이 아닌 남미 중동 터키 동남아 등지에서의 기채를 검토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