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207개 달린 테디베어

14m짜리 세계최대 테디베어

드라마 '궁'을 장식했던 테디베어…

바스크(도자기)인형·닥종이 인형·구체관절 인형 등 수많은 종류의 인형 가운데 '테디베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곰인형이다.

테디베어의 고향은 독일이지만 이름은 제26대 미국 대통령인 테어도어 루스벨트의 애칭인 '테디'에서 따왔다.

루스벨트의 곰사냥터 에피소드로 미국인들이 대통령의 우직한 성품을 곰의 이미지에 연상시키면서 곰인형에 루스벨트의 애칭인 '테디'를 붙인 게 오늘날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곰인형의 대명사가 됐다.

㈜테디베어 대표인 원명희씨(44)는 다양한 디자인의 테디베어 인형을 전국 방방곡곡에 전파시키고 있는 인형 디자이너다.

207개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2억7000만원짜리 테디베어·제주도와 분당의 관광 명소가 된 테디베어 박물관·세계 최대 크기로 기네스 기록에 이름을 올린 14m짜리 테디베어·인기드라마 '궁'을 장식했던 테디베어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원씨는 1986년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한 뒤 완구업체에 인형 디자이너로 입사하면서 인형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10년이 넘게 여러 종류의 인형을 디자인하면서 인형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된 것.원씨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외 전시회를 다니다 디자이너들이 자신과 닮은 테디베어 인형을 만들어 전시하는 걸 보게 됐다"며 "디자이너의 개성이 들어간 다양한 테디베어 인형들이 경매로 판매되고 사람들이 그들을 '아티스트'로 불러주는 걸 보고 테디베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후 회사를 그만두고 홍대 근처에 조그만 공방을 차려 테디베어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테디베어의 존재를 널리 전파시키기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테디베어 강의를 했고,사람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배울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1999년엔 아예 '테디베어 아카데미'를 열어 테디베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천안 나사렛 대학의 디자인학과에 국내 최초로 인형 디자인 과목을 개설,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원씨는 테디베어를 반짝 떴다 사라지는 인형이 아닌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인형으로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내년 2월 문을 여는 인형 동물원도 이런 시도에서 비롯됐다고.사자·기린 등 220여 종류의 실제 크기 동물인형과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테디베어로 구성된 동물원을 기획,디자이너 7명과 함께 1년 반 넘게 인형 하나하나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그는 "유리상자에 들어 있는 전시용 인형이 아니라 인형 안에 움직이는 장치까지 넣어 아이들이 동물인형과 함께 사진도 찍고 직접 만져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테디베어의 영역은 무한하다.

원씨의 회사는 태교를 위한 DIY 테디베어·테디베어 아기앨범 등 테디베어 캐릭터를 적용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그 중 특별한 기념일에 카드 대신 축하의 메시지를 인형에 적어 간직할 수 있는 '메시지 베어'는 의장등록까지 해놓은 핵심 상품이다.

그는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인형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 이런 제품을 고안해 냈다"고 설명했다.

원씨는 잠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테디베어를 연구한다.

차를 마실 때,집에서 빨래를 널 때도 여기에 테디베어를 어떻게 적용시킬까를 끊임없이 궁리한다.

그는 2004년 9월 14m라는 세계 최대 크기의 테디베어 인형을 만들어 기네스 기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분당 테디베어 박물관에 누워 있는 테디베어가 그 주인공.원씨는 일본에 5m20㎝짜리가 있다고 해서 7m짜리를 만들기로 했는데 세계 기네스 기록을 검색해 보니 미국 버지니아에 13m짜리가 있는 걸 발견해 14m에 도전하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102명의 제자들을 불러모아 한달 반 동안 꼬박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만들어 기록을 갱신했는데 이번에는 2009년 문을 열 세계인형박물관에 놓일 15m의 테디베어를 만드는 일에 도전키로 했다.

그는 제주도에 전 세계 모든 인형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세계인형박물관과 인형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세계적 인형디자인전문학교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원씨는 "비록 테디베어는 외국의 문화이기는 하지만 인형을 디자인하는 감성이나 스토리 전개 노하우는 한국이 뛰어나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인형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세계적인 인형 전문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김영우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