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BBK 사건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취재진과 비공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이번 수사에 '자신이 있고 최선을 다했다'는 의지를 내비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와의 일문일답.

-김씨가 조사받는 태도나 분위기는.

"김경준씨는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법정에서 공방해야지 왜 조사하냐는 식이었다.

미국 검찰과 한국 검찰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형량 협상은 김씨가 처음 귀국할 때부터 요청한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 제도가 없다'고 하니 '왜 없냐'고 묻기도 했다.

인간적인 호소를 듣고 호의로 (검사가) 한 얘기들이 아주 부정직한 사람에 의해 검찰이 공격받는데 사용됐다."

-검찰이 거래를 시도했다는 김경준씨의 메모에 대해 말해달라.

"김경준은 한국에 송환돼 공항에 들어오면서부터 자신의 형량에 관심이 많았다.

3년이라는 형량은 검사 입에서 나간 숫자가 아니고,김씨 누나와 아내는 이미 수배가 돼있다.

미국의 민사소송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주겠나.

검찰이 김씨 사건의 실체를 97% 정도 복원한 상태에서 터무니없는 협상을 제안했다는 것은 웃긴 얘기다."

-김경준이 검찰에 거래를 제안한 것은 한 번인가.

"수시로 형량 협상을 요청했다."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17억여원이 다스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7억9200만원이 1995년 8월 이상은씨 명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다스에 들어갔다.

또 2000년 12월에는 10억여원이 다스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들어갔다."

―지난 8월 도곡동 땅 소유자 검찰 수사에서 이상은씨 몫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도곡동 땅의 소유자는 땅값을 댄 사람이거나 땅 판 돈을 쓴 사람이다.

땅을 살 때 돈을 낸 사람을 추적하는 것은 계좌추적이 5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김경준씨는 이 후보가 한글 계약서에 도장을 직접 찍었다고 하는데.

"2001년 3월께 자신이 직접 보관하고 있던 이 후보 도장 가지고 '찍어주십시오'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에리카김은 김 모 변호사의 입회하에 김씨와 이 후보가 함께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횡령액이 384억원이었는데 319억원으로 줄어든 이유는.

"계좌추적을 다시 했더니 이중처리 됐거나 입출금전표가 폐기돼 확정할 수 없는 금액 65억원이 나왔다.

기소에서 제외했다."

―김씨 횡령금 중 일부를 BBK 투자자들에게 갚은 이유는.

"금감원에서 BBK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되고 언론에 나오니까 투자자들의 반환 요구가 집중됐다.

일단 일부 변제해서 말이 없도록 해 나가면서 이 사이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것 같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