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서(朴花緖) < 명지대 교수·이민학 >

매년 이맘 때면 대학입시로 온 나라가 한바탕 몸살을 겪는다.

절마다 합격을 기원하는 등이 달리고 역술인들은 성수기를 맞는다.

학연 지연 혈연이 얽히고설켜 '연줄'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양 이민학자들은 우리가 수천년 동안 알아왔던 인맥의 가치를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말로 개념화해 이민자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즉 이민자들이 거주국 사회에서 본국민보다 못사는 것은 좋은 사회자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유태인 중국인들은 이민 간 나라에서 비싼 주택가에서 살면서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높은 성적을 기록한다.

자연히 좋은 직장에 다니는 인재를 많이 배출한다.

그들은 질 좋은 민족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돕고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상승한다.

그러나 어떤 민족집단은 빈민지역에 살며 문제아들이 있는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

취업도 안 되며 결국 범죄의 악순환을 극복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특정 소수민족집단의 높은 범죄율과 빈곤을 단순히 '민족성'이라고 치부하며 차별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수민족의 성공은 타고난 민족성이 아니고 오랫동안 축적된 민족의 '자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교육열이 높고 거주국의 주류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는 등 '좋은 사회자본'을 축적했다.

반면에 어떤 민족집단은 문맹률이 높고 가난하고 주류계층에 적대적이며 '나쁜 사회자본'만 쌓아 왔다.

우리가 극복하자고 했던 학연 지연 혈연이 이민학에서는 어느 개인의 사회적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귀중한 '사회자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다시 터진 파리 이민자 소요사건도 이 시각에서 보면 해답이 나온다.

프랑스 이민자 폭동은 악순환에 들어간 고질적 사회문제로 보인다.

프랑스에는 옛 식민지였던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에서 온 이민자가 많다.

그들이 집세가 싸서 거주하는 파리 외곽은 교통 학교 하부구조시설이 열악하고 취업할 수 있는 직장도 부족하다.

그러니 이 지역 범죄율은 높을 수밖에 없고 미성년자들은 마약 소매치기 등을 하며 쉽게 범죄집단에 연루된다.

이민자 부모들은 교육을 못 받았고 사회적 상승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몰라 2세,3세를 인도하지 못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차별화된 이민자 사회통합정책을 실행하지 않고 단속의 수위만 높여 왔다.

프랑스는 국적(國籍)문제에서 이민자들에게 동등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

하지만 이민자가 평등한 인권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이민자는 현지의 혈연 지연 학연으로 구축된 '사회자본'이 없다.

그래서 거주국인과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이민자 폭동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민자가 100만명이 넘었고 그 중 한국 국적 소지자도 급증하고 있다.

그들이 집거하는 지역은 벌써 서서히 프랑스 외곽지역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민자에 대한 주민의 불신,다문화 전문인 부족,지역학교의 질 저하,주민들의 타지역 이주율 증가,부동산가격 하락,범죄율 증가,치안력 부족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흑인지역을 방불케 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같은 식민지 지배역사가 없다.

타민족을 착취하거나 정복했던 경험이 없는 나라다.

우리는 700만명의 해외동포가 있어 이민자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이민 1세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2세들에 '사회자본'을 물려주고 조국과 거주국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민문화 구축을 위한 상생의 노하우를 이미 터득한 민족이다.

우리나라에 이민 온 새 식구들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 상생(相生)의 길임은 명확하다.

21세기 이민의 시대에는 이민자가 귀중한 '인적자산'이며 그들의 초국적 사회자본과 우리의 사회자본이 합칠 때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