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은 1일 난적 대만을 꺾은 뒤 인터컨티넨털 구장 프레스룸에서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일본전도 선발만 버텨 준다면 불펜 총동원으로 맞서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등에서 잇달아 대만에 패해 자존심이 무너졌던 한국 야구에 이날 5-2 완승으로 모처럼 희소식을 안긴 김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게임을 잘 풀어줘 감독으로서 매우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어 "1회 선취점 찬스를 놓친 뒤 대만이 돌아선 말 공격에서 곧바로 점수를 뽑는 것을 보고 분위기가 '세다'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쫓기다 5회 이종욱의 3점포로 분위기를 뒤집은 게 승인"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대만 기자로부터 류현진 변칙 선발 카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만에 삿포로와 도하에서 계속 졌는데 세 번 연속 진다는 건 한국 야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대만도 야구가 많이 발전해 컨디션이 가장 좋은 류현진을 먼저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애초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박찬호를 대만전 선발 투수로 생각했으나 평가전을 거치면서 우리 불펜이 상당히 허약하다고 느꼈다.

1~2점차 상황에서 선발 투수 다음에 등판하는 두 번째 투수가 중요하다고 느꼈고 믿을만한 투수로 박찬호를 투입했는데 그 덕분에 이겼다"며 박찬호의 투구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은 이날 정근우-김동주-이대호-이병규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출전시켰지만 4명은 16번 타석에 들어서 볼넷 3개만 얻었을 뿐 안타를 한 개도 뽑지 못했고 대표팀이 안타 수에서 5-8로 대만에 밀려 고전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중심 타선이 오늘은 못 때렸지만 일본전에는 다른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중심타선은 아마 그대로 기용될 예정이다.

오늘 류현진처럼 선발로 나서는 투수가 초반을 잘 막아 준다면 불펜 총동원 작전을 펼치겠다"며 '믿음'과 '집단 계투'로 일본을 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5회 결정적인 역전 결승 3점포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이종욱은 "3회 변화구를 노리다 역으로 직구에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변화구를 노렸었고 운 좋게 홈런이 됐다 홈런 타자가 아니기에 짧게 때리는 타격으로 출루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5이닝 2실점의 호투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류현진은 "선동열 투수코치님으로부터 선발 통보를 받고 많이 긴장했었다.

지난해 도하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더욱 마음을 졸였는데 대만 타선이 힘이 좋아 직구 대신 변화구 비율을 높인 게 적중했다.

구장 마운드가 높지만 지난해까지 한국 구장도 많이 높았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패장 궈타이위안 대만 감독은 "좌투수가 나오리라는 예상을 했지만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는 않았다.

투타에서 잘 했지만 홈런 두 방을 허용한 게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타이중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