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한건축사협회 강당에서는 올 9월 서울시가 도입해 시범시행중인 건축심의 개선안을 놓고 건축사 건설업계 등 각계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내년 4월 건축심의 개선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300여명이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들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던 이날 행사는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서울시의 건축심의 정책을 비판하는 성토의 장(場)으로 변해버렸다.

건축관련 업계 주장은 한마디로 "서울시의 건축심의 개선안이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여서 창의적인 디자인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말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장렬 성림종합건축사 대표는 "서울시의 건축심의 '잣대'가 일률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조감도를 들고 나와 실제 사례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할 만한 건축물이 층고규제로 밋밋한 디자인으로 망가지는가 하면,위원회에서 개선사항을 잔뜩 지적한 아파트가 결국 최초 설계와 큰 차이 없이 심의를 통과하기도 한다"며 어이없어 했다.

서울시가 지나치게 이상에 집착해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연 두산건설 상무는 "최근 들어 공동주택에 다양한 건축디자인이 접목되고 있지만,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는 여전히 기존 아파트 디자인인 판상형"이라며 "서울시가 탑상형 아파트를 지어줄 것을 권장하고는 있지만,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는 서울시의 건축심의 최종 개선안을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고 가려는 '업자'들의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서울시가 조직논리에 휘말려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이들이 날카롭게 지적한 것일 수도 있다.

토론회가 마무리된 지금,공은 서울시로 넘어왔다.

서울시가 내년 4월까지 업계의 의견을 어느 정도나 받아들일지,현실과 이상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을지 궁금해진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