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직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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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였다.
가장의 실직이 가정의 해체를 초래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좋은 어버지의 모임'이 활기를 띠고,김정현의 소설 '아버지'가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음은 물론이다.
가족위기는 가장의 권위 실추로 이어졌다.
전통윤리로 본다면 아버지에게 효도와 복종을 다해야 하나,실제로는 서로 대립하는 일이 빈번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과거에 누렸던 권위는커녕 박탈감마저 느낄 정도였으니 얼마나 허탈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풀 죽은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서였을까.
당시 인터넷에는 '아버지란!' 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龍)과 싸우러 나가십니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직장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입니다.
"
이런 가장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3분기 현재 가장의 직업이 없는 가정이 전체 가구의 16%로 여섯 집 가운데 한 집 꼴이다.
지난 1년 사이에만도 무려 18만 가구가 늘어났다고 하니,겨울의 길목은 더욱 스산하기만 하다.
문제는 실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실직에 대한 좌절이 분노로 이어지면서,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구직에 대한 의욕도 자신감도 떨어진다.
실직을 했을 때의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증명하듯,건강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야 하는 가장들이 요즘 서로 '네탓'이라며 할퀴는 선거판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정치인들의 화려한 공약은 실직한 가장들에게는 공허한 수사일 뿐이다.
일자리만이 위기에 처한 가장과 가정을 지키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가장의 실직이 가정의 해체를 초래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좋은 어버지의 모임'이 활기를 띠고,김정현의 소설 '아버지'가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음은 물론이다.
가족위기는 가장의 권위 실추로 이어졌다.
전통윤리로 본다면 아버지에게 효도와 복종을 다해야 하나,실제로는 서로 대립하는 일이 빈번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과거에 누렸던 권위는커녕 박탈감마저 느낄 정도였으니 얼마나 허탈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풀 죽은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서였을까.
당시 인터넷에는 '아버지란!' 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龍)과 싸우러 나가십니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직장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입니다.
"
이런 가장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3분기 현재 가장의 직업이 없는 가정이 전체 가구의 16%로 여섯 집 가운데 한 집 꼴이다.
지난 1년 사이에만도 무려 18만 가구가 늘어났다고 하니,겨울의 길목은 더욱 스산하기만 하다.
문제는 실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실직에 대한 좌절이 분노로 이어지면서,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구직에 대한 의욕도 자신감도 떨어진다.
실직을 했을 때의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증명하듯,건강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야 하는 가장들이 요즘 서로 '네탓'이라며 할퀴는 선거판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정치인들의 화려한 공약은 실직한 가장들에게는 공허한 수사일 뿐이다.
일자리만이 위기에 처한 가장과 가정을 지키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