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신용 경색 충격이 국내 자금의 증시 쏠림 현상 등과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채권 금리가 연일 폭등하고 증시와 외환시장이 급등락하는 등 불안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이 대외환경에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개입에도 폭등하는 금리

최근의 국내 채권 금리 폭등은 국내외 요인들이 겹치면서 폭발했다.

국내에서는 시중 자금이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

채권시장에서 CD와 은행채 공급은 늘어나는 데 비해 주요 투자처인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떨어져 수요가 줄었다.

이 때문에 CD와 은행채 금리가 상승했고 그 여파로 국고채나 회사채 금리가 덩달아 뛰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신용 경색 충격이 몰아닥쳤다.

은행들의 해외 직접차입이 사실상 봉쇄됐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의 외화 차입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줄었다.

여기에다 은행들의 또다른 달러자금 조달 통로인 통화스와프(CRS)시장에서는 외국은행 지점들에 대한 외화 규제로 달러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환율 하락 및 단기 외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와 한은의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달러 유동성 부족은 파생상품 거래와 연계된 거래에서 국고채 및 국채선물의 손절매성 매도를 촉발시켜 금리 폭등으로 이어졌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정책당국의 해외 투자 유도,외화 차입 규제도 최근 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로 인해 원화가 약세가 된 측면도 있지만 이 정도의 금융시장 혼란이라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바람직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롤러코스트'타는 주가와 환율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과 뉴욕 증시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은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무려 7조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이머징 마켓 등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분위기가 확산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유가와 중국발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율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900원대를 위협할 정도로 떨어졌다.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과 금리 인하 등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를 보인 데다 수출이 잘 되는 중공업체 등이 환헤지를 위해 선물환 매도를 늘리는 과정에서 단기 외채 유입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정부는 넘치는 달러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해외 펀드 비과세 등 해외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고 외은 지점들의 외화 차입 규제도 강화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슈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환율은 단숨에 930원 근방으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이머징마켓 자산을 처분했고,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주식도 대거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주식자금 해외 역송금용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은 크게 뛰어올랐다.

역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청산 움직임이 나타난 것도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을 끌어올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원·달러 환율 역시 '달러 약세'라는 대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장기적으로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불거질 때마다 급등하는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