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선발에 활용하는 시험인 SSAT(SamSung Aptitude Test)와 같은 직무적성검사를 국가 차원에서 치르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기업 채용 시 필요한 대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대학생 직업기초능력(core competence) 진단평가제도'를 개발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발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부터 교육인적자원부의 용역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직능원은 이날 교육부 및 기업 관계자 등을 초청해 대학생 능력평가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직능원에 따르면 대학생 능력평가제도는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해 △의사소통 △자원,정보,기술의 처리 및 활용 △종합적 사고력 △글로벌 역량 △대인관계 및 협력 △자기관리 등 6개의 평가영역으로 구성된다.

언어능력,수리능력,추리능력,상황판단능력 등을 측정하는 SSAT와 평가영역이 엇비슷하다.

직업기초능력 진단평가는 대학생들이 토익(TOEIC)을 응시하는 것처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응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응시자들에게는 "당신은 어떤 직업기초능력이 부족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는 식의 개별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수영 직능원 연구원은 "기업이 학점,토익 토플(TOEFL) 외에 대학생 능력평가제도를 활용하면 원하는 사람을 뽑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들도 졸업생의 질적 수준을 파악해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SSAT가 객관식으로만 이뤄진 데 비해 이 시험에는 에세이 등 주관식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직능원은 내년에 평가영역별로 문항 개발을 완료한 뒤 2009년부터 이 제도를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항개발위원회,도입추진위원회 등도 구성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학생의 직업기초능력을 평가하는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미국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의 경우 대학 1학년생과 4학년생을 대상으로 비판적 사고력,분석적 논리력,작문 능력을 에세이 형식으로 측정하고 있다.

호주 역시 GSA(Graduate Skills Assessment)라는 테스트를 통해 작문능력,비판적 사고력,문제해결력,대인관계능력 등을 측정하고 있다.

테스트 결과는 진학이나 취업에 활용되고 있고 대학교육의 부가가치를 측정함으로써 대학의 교육성과와 보완해야 할 문제점 등을 파악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직능원 관계자는 "현재는 출신 대학 및 전공,학점,토익 등이 입사 평가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측정이 어려울 뿐 아니라 학벌 차별,학점 인플레이션,과도한 영어열풍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대학생 능력평가제도가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욱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조사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 대학생 능력평가제도는 꼭 필요하다"면서 "이 제도는 기업에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