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9일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와 연루된 것으로 나와도 지지 유세를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발표하면 그것은 그 때 보고 또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박 전 대표는 이날 충북 옥천 여성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고(故) 육영수 여사 숭모제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30일부터 진행할 이 후보 지지 유세가 '무조건적 지지'가 아니라 'BBK 결백'을 조건으로 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검찰 수사 결과 이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지지 유세 중단을 포함한 모종의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특히 당 내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곽성문 의원이 이날 한나라당을 탈당,이회창 무소속 후보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이 같은 해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BBK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 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관계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그에 따라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라고 말했다.이 후보 지원 유세를 하는 배경과 관련해선 "경선에 참여했었고,거기서 승복했고,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라며 "당원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의원의 탈당에 대해서는 "어제 통화했다.'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없느냐,나는 다시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탁드렸다"면서 "여기서 (숭모제) 잠깐 만났고,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느냐고 물었다.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검찰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의혹을 말끔히 밝혀 달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말한 것으로 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는 위장 전입,위장 취업 등 그동안 드러난 탈법과 위법 사실만으로도 국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탈당 및 무소속 이회창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그는 '친박계 의원 가운데 추가 탈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뜻을 같이하는 분이 몇 분 있고,다음주 정치 상황에 따라 몇 분이 동참하리라 본다"고 주장했다.현재 박 전 대표 측 일부 의원들은 다음주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