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직장인 최정민씨(31ㆍ여). 그는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대(UIC)로 돌연 유학을 떠났다. 그의 유학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앉으나 서나 일만 하던 그였기 때문이다. 사내평가도 좋은데 비학위 과정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경력에 좋지 않다며 선배들이 설득했지만 그는 "영어를 배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결심대로 사표를 던졌다.

최씨처럼 업무숙련도가 무르익은 5~7년차 직장인들 사이에 '돌연 유학'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29일 유학과 어학연수 전문업체인 유학닷컴에 따르면 올 들어 5~7년차 직장인의 유학ㆍ어학연수는 지난해보다 30%가량 급증하는 추세다.

최원석 마케팅 실장은 "2005년만 하더라도 월 평균 직장인 유학ㆍ어학연수 상담문의가 40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0건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돌연유학 트렌드의 남녀 비율은 30 대 70. 여성 직장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돌연유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중 미혼여성 직장인의 비중이 80%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결국 유학이나 연수를 통해 학업과 재충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특징을 보인다. 휴양지에 있는 학교나 어학연수기관을 선호하는 이유다. 미국의 샌디에이고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여가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지역이나 캐나다의 밴쿠버,호주의 브리즈번,필리핀의 세부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이 인기가 높다.영화와 멀티미디어로 유명한 밴쿠버 필름스쿨,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등도 유학문의가 많은 곳이다.

'돌연 유학'의 원인을 취업대란이 낳은 후유증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취업포털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몇 년간 계속된 취업대란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은 직업을 택했다가 뒤늦게 유학으로 진로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1년의 투자가 이직이나 전직 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기업 고용의 불안정성도 직장인들의 돌연 유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업무능력을 자세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업무 연한도 5년 미만으로 크게 짧아 꾸준히 다닌 사람에게 별 혜택이 없는 구조"라며 "1~2년 쉬며 영어라도 배우면 몸값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