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명이요! 어명이요! 명(命).본 금강송을 대한민국 사적 제117호 경복궁 광화문 복원 역사에 쓰일 재목으로 명함."

29일 낮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곤신봉 아래의 국유림 벌채 현장.해발 710m의 임도 옆에서 김용하 동부지방산림청장이 이렇게 외치면서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의 벌채를 명했다.

이어 강릉국유림관리소장과 직원이 "어명이요!"를 외치며 손도끼로 소나무 밑부분 껍질을 일부 벗겨내고 '산'이라는 검인(檢印)을 찍자 인부들이 나무 밑둥치를 톱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뚝!"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소나무가 경사면 아래로 넘어졌다.

이날 벌채된 소나무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복원에 쓰일 금강소나무(금강송).지름 94㎝,높이 20m의 150년생(추정) 특대 재목이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복원될 광화문의 대들보와 기둥 등으로 쓰일 주요 목재를 강릉·양양 일대의 국유림에서 구하기로 하고 직경 50~90㎝인 금강송 26그루를 선정해 이날 곤신봉 아래에서 벌채 시범을 보였다.

금강송은 '살아서 1000년,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명품 소나무.경복궁 복원 책임을 맡은 도편수 신응수씨(66)와 문화재청·산림청 직원들이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강릉·양양 일대 국유림을 샅샅이 뒤진 끝에 수령 80~250년의 이 나무들을 찾아냈다.

이날 벌채 현장에선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서승진 산림청장,도편수 신씨와 벌목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와 산신굿을 지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50년의 삶을 마감한 이 소나무가 광화문의 기둥으로 영원히 살아남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강릉=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