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거품 논란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미술시장에 '신정아 사건'에 이어 삼성 리움미술관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의 낙찰률이 급락하는가 하면 일부 상업화랑의 경우 그림 판매량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 매기가 급격히 꺾이는 분위기다.

우선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K옥션이 28일 실시한 '겨울 경매'에서는 출품작 205점 가운데 141점이 팔려 70.7%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지난 9월 경매의 낙찰률(81.3%)보다 무려 1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특히 박수근 등 대가들의 작품은 아예 매물로 나오지도 않았고,이우환 권진규 유영국 등 그동안 작품이 없어서 못 팔던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도 줄줄이 유찰돼 낙찰총액이 목표액(120억원)의 절반 정도인 67억원에 그쳤다.

상업화랑들의 전시장도 분위기가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진 사례가 속출했지만 최근엔 대부분의 전시들이 작품 판매량 5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만영(노화랑) 이원희(갤러리포커스) 박영하(표화랑) 원경환(이화익갤러리) 등 중견 인기 작가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으나 작품 판매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화랑 측의 전언이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최근 들어 그림 투자자들의 전시장 방문과 전화 문의가 지난 9월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오치균을 비롯해 김동유 이정웅 최소영 이환권 홍경택 박성민 등 일부 30~50대 작가들의 작품이 매물 부족으로 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시장을 견인할 만한 '뒷심'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대해 '장기침체론'보다는 '단기조정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리움미술관 사태 등 돌발변수가 잠잠해 지고 일부 작가의 작품에 낀 거품이 걷히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는 "최근 시장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불안감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며 "서울옥션과 D옥션의 다음 주 경매 낙찰률과 낙찰액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변동폭은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3월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현숙 한국화랑협회장은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아 투자자들이 연초 분위기를 보고 매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며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보다는 실제 미술품 투자를 자극할 요인이 없어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