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목표 설정 등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했다고 자랑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 기관들이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낮은 성과목표를 내걸고는 이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해 왔다고 하니 허울만 좋은 제도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기획예산처가 한국행정학회를 통해 137개 공공기관의 직원 27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8%, 다시 말해 3명 중 2명꼴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과목표가 달성하기 쉽다고 응답했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가스공사 등 덩치가 큰 이른바 시장형 공기업, 조폐공사 등 준시장형 공기업, 신용보증 등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의 경우 제시한 목표가 매우 달성하기 어렵다고 한 응답자가 아예 전무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 기관들이 성과급을 챙겨왔다면 지탄받아야 할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용역조사를 통해 소위 정부의 경영실적평가를 받고 있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간의 차이가 성과관리제도의 도입 여부에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컸겠지만 이렇게 성과목표를 적당히 조작하는 그런 성과관리제도라면 있으나마나한 것 아닌가.

비단 기관의 조직목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개인수준 성과지표에 대한 응답에서도 64.5%가 손쉬운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대부분의 기관에서 구성원들간의 성과급 배분격차가 미미했다는 것이고 보면 적당히 짜고 나눠먹기를 해왔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공공기관들이 성과관리제도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은 사실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을 만큼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만 새로이 알게 된 것인양 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뒤늦게나마 공공기관이 도전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구성원들간 성과급 지급 격차도 확대할 것이라고 하는데 빈말에 그쳐선 결코 안될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우리가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한 것은 공공기관들 중 민영화할 것들은 시간을 끌지 말고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영화를 하면 성과관리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