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부산영화제가 개막되던 지난 10월4일 부산 수영만.쏟아지는 빗속에 축하공연이 시작됐다.

연주곡은 영화 '미션'의 주제곡(가브리엘의 오보에)과 '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전제덕씨(33)의 하모니카 연주는 비옷을 두른 채 추위에 떨던 5000여 참석자를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경계를 넘어'라는 영화제 주제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하모니카와 교향악단의 협연은 전씨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전씨는 시각장애인으로 재즈 하모니카의 신 경지를 개척한 놀라운 음악인.하모니카의 마스터로 불리는 그의 오늘은 그러나 오직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생후 보름 만에 닥친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브라스 밴드 단원으로 출발했으나 학교 사정상 밴드가 해체되자 사물놀이로 전환,1989년 제1회 '세계 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에 출전,특별상을 받았다.

93년 같은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김덕수 산하 사물놀이패로 활동했다.

재즈 하모니카에 눈뜬 건 96년 벨기에 출신의 대가 투츠 틸레망의 연주를 듣고부터.하모니카도 리드악기일 수 있다는 걸 알고 투츠의 음반을 섭렵하는 등 무섭게 매달렸다고 한다.

"음악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니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 공식이 성립할 때까지 연습하고 또 했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 발표한 첫 음반은 돌풍을 일으켰고 2005년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 크로스오버상'을 수상했다.

같은해 KT 광고모델로 '마이 웨이'를 연주하는 모습은 삶에 지친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지난해 말 두 번째 음반을 발표한 그의 활동영역은 연주에서 영화 OST음반 참여까지 다양하다.

오는 12월1일과 28일 연세대 대강당과 성남아트센터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2007 테마콘서트 희망+'를 갖는 그가 24일 결혼했다는 소식이다.

운명을 타파하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는 인간의 의지와 훈련 앞에 불가능은 없음을 보여주는 그의 앞날에 무한한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