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근(張泳根)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

올해도 예외 없이 수능 광풍이 지나갔다.

올해는 내신 반영률과 관련해 대학과 정부가 양보 없는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10여 시간의 시험을 통해 수십만 명의 수험생 등수가 획일적으로 결정된다.

많은 수험생이 시험 결과에 따라 적성과는 상관없이 거의 줄서기 식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대학입학시험에 사회 전체가 동참해 출근 시간을 늦춘다.

많은 학부모가 자식의 성공적인 수능 결과를 위해 100일 기도를 드린다.

이런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몇 년 전에 미국의 CNN방송에서 대학 진학에 매달리는 한국의 '교육 과열' 사례들을 소개한 적도 있다.

그야말로 대학 입시에 모든 사회 구성원이 올인하는 국가적 소모전이다.

우리의 중고교 교육은 오직 대학 입시만을 위해 존재해온 지 오래다.

학부모들은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자녀들을 재촉한다.

대학수능은 학생들의 독창성이나 문제해결 능력보다는 기계적으로 답을 구하는 주입식 교육에 매달리게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과목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는 필요 없다.

오직 정답을 잘 고를 수 있는 기계적 시험기술의 습득이 최대의 관심사다.

그러니 학교 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을 수 없다.

현재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교육 현안은 공교육의 정상화다.

학교에서만의 교육으로도 학생들이 학력저하 없이 충분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사(私)교육을 통한 기계적 주입식 교육은 사(死)교육이 될 뿐이다.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개인의 독립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막는다.

따라서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능동적,자율적 참여를 요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문제에 대한 해법에 접근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발표력이나 표현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방법도 요구된다.

이는 입시를 위주로 한 사지선다형의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해 문제에 접근하고 해법을 스스로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평준화 교육제도 하에서 대학과 고교 교육의 연계 강화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대학과 고교의 교육은 어떠한 형식이든지 연계관계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고교에서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대학교수를 지도교수로 배정한다.

특정분야의 방과 후 수업을 교수들이 맡음으로써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우수학생들이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이공계 대학과 고교의 연계 교육은 이공계 교육의 홍보 및 비전제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도 중ㆍ고등학교 1학년부터 학생들이 수준별로 과목을 이수하게 해 획일적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보강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각 단계에서의 수강은 학생 수준에 따라 결정해 수준별 수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과목을 어렵게 이수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대학입시에서 가점(加點)을 제공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

이도 대학입시와 무관하게 운영한다면 결국 공염불 정책에 불과하리라 생각한다.

대학에서는 무조건 수능과 학교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뽑겠다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일정 범위 내의 성적 요구조건 안에 들어오는 수험생들을 적성,특기 및 대외활동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선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재학 중 개인의 능력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할 때 빨리 중단하고 다른 길을 찾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