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딕슨.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사상가 20인에 선정된 인물.앨빈 토플러를 잇는 차세대 미래학자….그는 달변이다.

그러나 그의 열정적인 강연을 보고 있노라면 계속 샘솟는 아이디어를 말(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불편해하는 천재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의 책 '퓨처와이즈'(고빛샘 옮김,엘도라도)도 그렇다.

책의 빠르기는 알레그로 콘브리오(생기있고 빠르게).군더더기 없이 솜씨도 날렵하게 미래의 풍경을 그려낸다.

여기 소개되는 300여가지 주제의 미래 모습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미래의 어느 시간,공간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의 메가트렌드는 속도전(Fast),도시화(Urban),부족주의(Tribal),세계보편주의(Universal),급진주의(Radical),윤리의식(Ethical) 등 여섯 가지다.

미래(FUTURE)의 여섯 개 알파벳에 맞췄다.

그에 따르면 미래에는 '속도'가 모든 것을 좌우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조사도 믿어선 안 된다.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중요하지만 시장조사는 '현재' 고객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반영할 뿐이지 가까운 장래의 삶에 대해서도 거의 말해주지 않는다.

'도시화' 문제는 인구사회학적 변화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물 부족 때문에 국가 간에 물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 교역은 주목할 만한 성장 분야다.

싱가포르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사들여 정수한 뒤 그것을 다시 되팔고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다.

또 '부족주의'가 득세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부족 간 전쟁이 아니라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가 바로 부족주의 세력이다.

부족주의를 통해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찾을 수도 있지만 부족주의 의식이 지나치면 분리주의,폭력,대량학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 보편주의'는 부족주의와 반대 개념처럼 보이지만 공생관계에 있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부족주의가 점점 강화된다.

세계화된 시대에 국가를 지배하는 주체는 시장과 거대 다국적 기업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정치 운동이 시들어가는 대신 '급진적' 성향을 가진 단체가 많이 등장할 것이다.

20세기 가치에 대항하는 새로운 가치들이 생겨나고 디지털 혁명과 세계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들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환경문제 등 단일 현안을 위한 행동주의자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클수록 그것을 아우를 수 있는 '윤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 다가올 변화 가운데 가장 최종적이고 영향력이 큰 것이 윤리의식의 변화다.

앞으로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많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미래에는 직원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메가트렌드를 이해하면 한층 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미래에 대한 건실한 전략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세계를 변화시킬 기회 말이다.

376쪽,1만3000원.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