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삼성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직접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공식입장을 유보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로 법안이 넘어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원론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일단 국회 표결상황과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당초 특검법 수용의 전제로 내건 2가지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국회의 재결 가능성과 함께 청와대와 삼성의 유착설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재결의할 경우 특검은 막지 못한 채 체면만 구기게 될 가능성이 큰 데다 이용철 전 비서관의 폭로로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훨씬 약해졌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천 대변인이 "삼성 특검법안이 특검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으며 거부권 검토 입장도 유효하다"면서 즉각적인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지 못한 것도 이러한 복잡한 속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삼성 특검이 대선 이후 이뤄지게 되고 결국은 특검의 수사방향이 삼성 비자금을 거쳐 당선 축하금 의혹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이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만큼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결국 거부권 행사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늦어도 내주 초까지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