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이후 조정장에서 시장을 떠받쳐온 기관이 최근 소극적인 매매로 일관하고 있다.

적립식펀드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돼 실탄은 쌓이는 데도 기관은 나서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다수 기관들은 저가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며 주식 비중을 최대한 줄여놓은 상황으로 보인다.

반등 시기가 엿보이면 아껴뒀던 자금을 투입해 시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 조정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11월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하루 평균 2000억원가량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22일까지 모두 3조원 가까운 돈이 기관으로 들어왔다.

이나라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정장 초기 환매를 고려하던 투자자들이 단기에 과도하게 하락하자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펀드에 돈을 더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기관 매수 여력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기관은 돈이 들어와도 집행을 미룬 채 오히려 펀드 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내 주식 비중은 지난 11월1일 코스피지수 고점 당시 93.7%였으나 21일에는 92.1%로 낮아졌다.

현재 주식형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130조원가량이다. 단순 계산으로 기관이 약 10조원 정도를 현금으로 들고 있는 셈이다.

최민재 KTB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시장이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자금이 계속 들어와도 주식 비중을 펀드별로 낮게는 80% 선까지 축소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급 때문에 단기간에 40∼50%%씩 급락한 대형주들이 반등시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영투신운용 등 일부 운용사는 최근 급락장을 이용해 오히려 주식 비중을 늘렸다.

김태완/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