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국대 법학과의 A교수는 최근 잦은 휴강으로 학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수업을 하더라도 3시간짜리 강의를 20~30분 만에 끝내는 일이 허다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추진위원회 위원이어서 대책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학생은 "로스쿨 유치가 중요하다지만 교수들이 학생들의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떳떳하게 휴강을 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 숭실대 법학과 학생들은 한 달 전 구법학관의 학회실,소모임실 등 자치공간을 비워달라는 학교 측의 통보를 받았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신법학관을 짓고 있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현재 '공간조정위원회'를 조직해 기존 자치공간을 점거하고 학교 측과 맞서고 있다.


로스쿨 유치 신청 마감일(30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대학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법과대학장들은 이달 초 정부 안에 반발하는 의미에서 로스쿨 유치 신청서를 법학교수회에 일괄 제출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는 했지만 개별적으로는 로스쿨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로스쿨 유치에만 신경쓰느라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교수들의 잦은 휴강이다.

최근 서울의 S대에서는 학생들이 잦은 휴강에 반발하자 교수가 "학교를 위한 일에 학생들이 협조를 안 한다"고 말했다가 오히려 학생들의 강한 항의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또한 일부 대학은 앞으로 일주일간을 '로스쿨 유치 보고서 작성 기간'으로 정해 대부분의 법과대 교수들이 휴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영 건국대 법과대 학생회장은 "로스쿨 추진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은 한 달에 한두 번은 휴강을 한다"면서 "학술행사 등 학생들 자치활동에도 대부분 참석하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전임 교원(55명)을 확보한 서울대의 경우 다른 학교만큼 자주 휴강을 하진 않지만 담당 교수 대신 다른 교수들을 수업에 들여 보내는 일이 많다.

특히 아직 수업 경험이 없는 실무 교수들을 무리하게 수업에 참여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교수는 "로스쿨 유치를 준비 중인 학교의 법과대 교수들은 일주일에 평균 3~4번은 회의에 참석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보통 세 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이기 때문에 수업을 빼먹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시설 및 공간 확보를 위해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침범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숭실대뿐 아니라 다른대학 등에서도 최근 이 같은 문제로 학교와 학생들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법과대학장은 "로스쿨 심사 기준에 맞추려고 각 학교들이 무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럴수록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