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기어이 1800선까지 물러났다.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급마저 꼬이면서 국내 증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적으로도 코스피 지수와 120일 이동평균선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어 주가 조정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 사방에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탓에 당분간은 힘든 시기를 좀 더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심리의 안정과 지수 반등을 위해선 말할것도 없이 대외 변수의 안정과 수급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 내우외환..호재가 없는게 악재

22일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대내외적으로 갖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1800선 전후에 형성돼 있는 저가매수 심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조정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전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해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낮아지고 있으며, 신흥국의 투자메리트가 둔화되고 아시아 통화가치가 동반하락하는 등 대외 여건이 불리하다고 설명.
여기에 외국인들의 전방위 매도 공세로 인한 주가 하락과 채권가격 하락, 환율 상승 등 대내적으로도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악재들 중 새로운 것은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지수 반등을 이끌 호재가 없다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긴 하지만 시장의 기대대로 연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서브프라임발 악재는 진행 중인 반면 이를 상쇄할만한 호재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모멘텀 부재가 시장의 무기력증을 불러왔다면, 변동성 확대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다.

투자자들이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니 주가는 수급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심리는 한층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돌파구는 없나?

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선 고유가와 달러약세, 중국긴축, 엔캐리 청산 등 산재한 글로벌 악재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 불확실성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하다못해 수급 불균형만이라도 해소되는 것이 지수 반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결국 키는 기관이 쥐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 당시 120일선을 하향 이탈한 국내 증시는 美 연준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로 이틀만에 'V자형' 반등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120일선 이탈 이후 해머형 캔들 출현에도 불구하고 전날 전저점을 깨는 장대 음봉이 출현, 유일하게 '사자'를 외치고 있는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다.

이진우 연구원은 "외국인의 비중축소 흐름은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결국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 위해선 투신권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한해 외국인이 2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도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최근 기관의 수급 여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증시의 조정으로 해외펀드로의 쏠림현상이 완화되면서 투신권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됐다고 보기엔 힘들지만 투신권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인한 지수의 하방경직성 확보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도는 2주가 고비

한편 수급의 또다른 주체인 외국인의 경우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회사들의 실적 악화 등으로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시장의 주도권은 추세적으로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올해 외국인 매도가 확대된 8월과 11월은 주가 명암이 외국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엔 외국인의 일평균 순매도 금액이 3963억원이었고, 이때 코스피는 3.1% 하락했다.

11월엔 전날까지 외국인들이 일평균 388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고, 코스피는 12.5% 떨어졌다.

해외 뮤추얼펀드 자금 동향을 봐도 외국인 매도가 확대됐을 때 신흥시장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 증권사 황금단 연구원은 "2002년 이후 해외 뮤추얼 펀드에서 한번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달 정도 그 흐름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지난 8~14일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주 정도는 더 부정적인 자금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국내뿐 아니라 대만 시장에서도 자금을 빼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매도의 첫번째 이유는 글로벌 투자환경 악화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판단된다고 설명.

따라서 미국 증시가 하락을 멈추는 것이 외국인 매도 둔화에도 급선무가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면서, 결국 다음달로 예정된 FOMC 회의때까지는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황 연구원은 "올해를 통틀어봤을 때 국내 수요로 감당할 수 있는 외국인 매도는 약 2000억원 정도"라면서 "이달 들어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펀드로 순수하게 들어온 자금은 일평균 1500억원 수준으로 단기 수급에 휘둘리는 시장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외국인 매도가 2000억원 이내로 줄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