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왔다.

언제 장만한 걸까.

인조공단 한복을 차려입은 김찬임씨(74)의 맑은 모습은 '나이 들면 마음이 얼굴을 만든다'는 말을 고스란히 입증했다.

제32회 삼성효행상 효행대상을 수상한 김씨는 전남 완도에서 105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정신지체 시누이를 돌보는 효부(孝婦)다.

20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장.실사팀이 촬영한 영상물에서 의사는 감탄했다.

얼마나 잘 보살폈는지 대소변도 못가리는 할머니 몸에 욕창은커녕 짓무른 자국 하나 없다는 얘기였다.

남편 없이 자식 다섯을 키우고 일흔 넘어서까지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이의 소망은 그러나 소박했다.

'방을 더 따뜻하게 해드렸으면.''겨울에 더운 물로 자주 씻겨 드릴 수 있었으면.''과일과 사탕을 자주 사드렸으면.'눈귀를 먹먹하게 한 건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결혼 6년 만에 남편을 잃은 뒤 지금껏 홀시아버지(101세)를 모신다는 김순복씨를 비롯 효행 및 청소년 부문 수상자들의 사연은 효심(孝心)에 끝같은 건 없음을 일깨웠다.

'당연한 일인데 상을 받아 부끄럽다'며 민망해 하는 수상자들의 태도는 더욱 가슴을 쳤다.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데만 익숙한 이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죽어라 키워놔봤자 대학에만 들어가면 한 집에 살아도 만나기 힘들고 결혼하면 아예 남처럼 굴다가 아쉬울 때면 무작정 손을 내민다는 마당이다.

부모들은 말한다.

"봉양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걱정만 시키지 말아라.얼굴이라도 자주 보여주고 그것도 어려우면 전화라도 자주 해주면 더 바랄 게 없다."

효도를 앞세운 거창한 행사나 요란한 장례보다 평소 아쉬운 일은 없는지 챙겨주고 말 한마디라도 살갑게 건네주는 게 훨씬 고맙다는 얘기다.

다산 정약용은 '효자론'에서 효심을 이렇게 정의했다.

"아픈 부모를 위해 넓적다리 살을 베었다거나 한 겨울에 산속을 헤매 죽순을 찾아드렸다고 하는 건 부모를 이용해 명예를 낚으려는 짓이다.

부모 봉양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정성을 다하고 부모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지 특이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