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맞서기 위해 대항마로 내놓은 '스윙' 통장의 인기가 시들하다.

월급통장에 수백만 원씩 잔액을 가진 고객이 별로 없는 데다 4%대 금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빅팟통장은 20일 현재 잔액이 7100억원으로 이달 들어 8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출시(9월3일) 이후 27일 만인 9월 말까지 4400억원,10월 말까지 1900억원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우리은행의 AMA통장도 월간 모집액이 9월(10∼30일) 377억원,10월 516억원이었으나 이달 20일까지는 128억원에 불과하다.

출범 13일 만에 4조원을 넘긴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보통예금 잔액 대부분 100만원 이하

은행의 스윙 상품은 100만원(기업은행은 300만원) 이상 잔액을 고금리 계좌로 자동이체(스윙)해 연 3~4%대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그런데도 돈이 몰리지 않는 이유는 보통예금 저축예금 등에 잔액을 100만원 이상 남겨 놓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은 생활비를 쓰고 대출을 갚은 뒤 남는 돈을 적립식펀드,보험 등으로 자동이체해 놓기 때문에 월급통장 잔액이 몇 백만원씩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의 평균 잔액은 100만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좌수는 3512만좌,3개월 평잔은 35조6486억원(20일 현재)으로 계좌별 평잔이 101만원 정도다.


◆이자가 얼마 안 된다?

스윙통장으로 전환한 계좌의 경우에도 잔액은 많지 않다.

3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스윙시켜 연 3∼4%의 고금리를 주는 기업은행 '아이플랜(I Plan) 대한민국 힘 통장'의 경우 계좌 수 16만465좌에 총 잔액이 1532억원(20일 기준)으로 계좌당 잔액은 95만원가량이다.

우리은행은 3만5605좌에 1021억원으로 계좌당 잔액 286만원,하나은행은 17만1000좌에 7100억원으로 계좌당 415만원이다.

우리,하나은행이 100만원 초과분에 대해 4%대의 이자를 주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 고객은 스윙 신청으로 1년에 7만4000원(우리)에서 14만8000원(하나) 정도를 더 받는 셈이다.


◆조건이 까다롭다?

요구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하나은행 빅팟통장은 하나은행의 대출이자와 하나카드 대금만 백스윙(필요할 때 자동으로 다시 보통예금 통장으로 역이체되는 기능)된다.

다른 은행 대출금을 갚는 데 잔액이 모자라면 고객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우리은행 AMA통장은 100만원 단위로만 백스윙이 가능하다.

10만원이 모자라도 100만원이 고금리 계좌에서 빠져 나오는 셈이다.

또 스윙을 신청한 보통예금 계좌엔 이자를 주지 않는다.

기업은행의 경우 최소 스윙금액이 3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데다 가입 대상은 급여이체자로 한정된다.

SC제일은행의 스윙계좌인 '123저축예금'의 경우 최고 금리를 5% 주지만 SC제일에서 정한 출금거래 외에 출금을 하지 않아야 3%포인트를 주는 등 금리를 올려받기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이에 따라 국민 신한 농협 등은 스윙계좌 상품을 당분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보다는 서비스 개선 쪽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